손에 잠깐 쥐어 본 태극기가 애달픈지

- 3.1절을 떠올리며

by 시숨

전야(前夜)


어제 탁주 한 사발 걸치며

고래고래 그 순사놈을 함께 욕했던 김씨가

저녁 나절 태극기를 건네왔네

내일 오후 두시, 장터라는 말만 남기고

가버린 후에


잠든 세 녀석들

이불 거적 다시 덮어주다

눈 마주친 아내의

눈길에 잠깐 돌아앉고

기침이 심하시던 어머니

물 한잔 잡수시던 소리 들리다가

총이라는 것이

맞으면 그렇게 아프다더라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하던

이야기들 생각나

뱃가죽 한번 만져보고


손에 잠깐 쥐어 본 태극기가 애달픈지

이 놈, 가련한 나라가 화나는지

연거푸 가슴을 치다가

연신 바라보는 아내

외면하고 돌아누워 버리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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