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도에서

이상을 떠올리며

by 시숨

오감도에서



14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다


한 아해가 뛰쳐나와 버리오


13인의 아해는 여전히 도로로 질주하오

1인의 아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좋소

굳이 친절하지 않아도 좋소

날개를 달아 붙이고 올라서

혼자 아래를 내려다보아도 좋소


건물의 기하학적 구조와

그림들이 얽히고 섞인

어느 곳을 응시하다

스물여섯 해의 걸음만 남기고

돌아오지 않아도 좋소


무섭다고 하는 아해들과

무서운 아해들 넘어

무서움 없이 홀로

골목 너머로 가버려도 좋소


13인의 아해들은 여전히

질주하오


먼저 떠나간 한 아해의 침묵이

영원해도 좋소


아직도 뛰고 있는 13인의 아해를

따라가 보기도 하고

이유 모를 이유들을

찾아 헤매는 누군가가

여전히 있어도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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