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회사경력을 말하자면 나이에 비해 아주 짧은 경력을 가지고 있다.
30살 하고도 3살이나 더 먹은 나는 이제야 3년 차를 맞이했다.
늦게 취업을 하기도 했지만, 그간 안정적이지 않은 회사를 다닌 탓에
경력을 곧이곧대로 채우지 못했다. 3년 차인 점도 일한 기간만 따졌다. 10개월 9개월 8개월 차..
아직은 세는 게 쉬운 연차라 그런지 대충 4년 차라 말할 법도 하지만 꿋꿋이 3년 차라 말한다.
일하기 초반에는 나에게도 3년 차인 때가 올까 했던 때가 있다.
시간은 아주 잘 간다. 벌써 나도 3년 차가 되었으니까.
경력은 그다지 길지 않지만 이 짧은 기간에 벌써 3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고
실업급여도 2번이나 받은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각 회사마다 풍기는 분위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확실히 느끼는 것은 분위기가 좋지 않은 회사일수록
책임을 따져 묻는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일까지도.
회사라는 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라는 것엔 동의한다.책임을 아예 묻지 않는 게 불가능한 곳인 것도 아주 잘 안다.하지만 아주 사소한 일까지 책임을 따져 묻는다면 되려 부작용이 될 게 뻔하다.그리고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것도 운영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직은 새싹경력을 가져 그런지 몰라도,
간혹 보이는 책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남 탓을 한다던지
아주 작은 일까지 꼬치꼬치 캐물어 책임을 따지는 걸 보며
나는 저렇게 연차를 쌓지 않을 테야하곤 닮지 않고 싶은 모습의 리스트에 그들을 담아본다.
하루는 회사 이사를 하면서 청소용품이 급하게 필요해 다이소를 들렸던 날이다. 같은 용도라도 다른 모양새를 띄고 있는데, 그 와중에 직급이 높은 사람이 '내가 사라고 한 거 아니다.'라며 발뺌을 하는 모습을 봤다. 그의 대화 속엔 모든 과정에 참여하여 언질을 하면서도 '내가 하라고 한 거 아니다.'라고 마무리를 짓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이런 사소한 곳곳에 그의 책임회피 태도가 묻어 나온다.
한 번은 타 팀에서 요구사항이 들어와 아이디어를 나누다 팀장님께 이 아이디어도 있다. 라며 공유드렸더니
누가 이 아이디어를 낸거냐며 캐묻기 시작했다. 그것은 누가 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하다 나온 아이디어였고, 누구도 그 안으로 해야 된다고 고집부리지 않았다. 결정을 해주면 될 사항을 그래서 '누가 이 이야기를 한 거예요?' '누가요?' 하는 모습이 진절머리 났다.
그런 모습들이 내겐 너무 실망스럽다. 회사를 다녀보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히어로처럼 등장하는 선배들 모습은 잘 볼 수가 없다. 아니 그냥 없다. 미생에 등장한 치사한 사람들이 더 많을 뿐이다. '참 멋없다.'를 연신 내뱉다 내가 팀장이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나는 본받을 만한 팀장이 될 수 있을까? 책임을 물을 때와 아닐 때를 나눠보고 어떻게 업무분장을 할 것인지 짧게 생각해본다. 그러나 고작 3년 차인 나로서는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