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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디 Oct 17. 2021

1-1.여드름 짜기는 얼마나 천시(賤視)되는가

페이닥터.. 또 하나의 라떼 시절

여드름 짜기에 대한 천시(賤視)

비단 레지던트 시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문의가 되어 페이닥터로 개원가에 첫 발을 내밀던 그 당시 내가 여드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지식 전문의 시험 족보였던, (새롭게 떠올라 여드름 치료의 특효약으로 자리 잡던) 레티노이드(retinoid)에 대한 것과

'여드름의 병인(병의 원인) 4가지'

에 대한 것 정도 뿐이었다. 

앞에서 이야기 한대로 '여드름'은 대학에서 레지던트들에게 그리 열심히 가르치는 분야가 아니었기도 하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여드름을 공부하는 것은 여러 희귀, 중증 질환들을 공부하는 것만큼 멋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 내가 가진 여드름에 대한 지식 중에 달달 외웠던 여드름의 병인 4가지는

개원가에서도 여드름 환자에게 여드름이 생기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게 쓰였지만, ('로아큐탄'이란 상품명으로 유명한) '레티노이드'는 '기형아 유발'이란 치명적 부작용으로 인해 '독한 약'으로 인식되어 당시엔 별로 인기가 없었다.

(지금은 '주의' 하에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즉, 당시 여드름 미용 치료로 붐을 일으키던  '개원가' 피부과에서 하던 여러 치료들은 레지던트 기간 동안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었고 그간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여드름의 대한 지식은 실제 개원가로 나와서는 전혀 쓸데가 없었다.


피부과만큼 레지던트 시절 배우는

실제 개원가의 임상에서 하는 일이 

완전히 '다른' 도 없을 것이다.

피부과 레지던트들은

온갖 어려운 병명들과 특징, 조직 소견, 감별 진단, 치료 방법 들에 매달려 죽도록 공부한다.

 피부과라는 분야는 질환 이름을

외우는 것부터가 매우 난코스인데, 병명 자체가 

그리스어와 라틴어원의, 처음 듣고 보는

무지막지한 단어들의 조합들이기 때문이다.

레지던트 1년 차 때, 틀리지 않도록

확실히 외우는데만 하루가 꼬박 걸린

 Pityriasis Lichenoides et Varioliformis Acuta, PLEVA

(우리말로는 급성 두창상 태선양 비강진)라는 병명을 예로 들어보면

독자들에게 좀 감이 올까 싶다.

이런 병명들 수백 개를 외우는 데부터 피부과 공부가 시작된다. 하지만 또 이 중 상당수는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할 수도 있는 희귀한 질환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질환들을 얼마나 많이 알고 감별 진단들을 줄줄 열거할 수 있는가가  바로 훌륭한 피부과 레지던트의 척도였다.


하지만 개원가로 나와 보니 이런 희귀한 질환들과는 순식간에 안녕...

개원가에서 보는 피부 질환은 그저 습진, 접촉피부염, 곰팡이 질환 정도가 대부분일 뿐... 수많은 희귀한 질환들을 다 외우고 감별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은 거의 써먹을 데가 없었다. 

오히려 레지던트 기간 동안 배워본 적 없는, 생소한 피부 미용 치료들을 처음으로 접하고 다시 배우기 시작해야 했다.(지금은 '라떼'와는 많이 달라져 학교에서도 미용치료를 많이 공부한다지만.) 개원가로 나와 페이닥터를 시작하며 처음 배운 '개원가 스타일'의 여드름의 치료는 레지던트 땐 들어보지도 못했던 것들이었다.

소위 여드름 염증 주사라는 것, 스케일링 용액을 바르는 것, 그리고 레이저를 쏘는 것들.


밧뜨!(But), 하지만!, 그러나!

대표 원장님 대신 온갖 허드레 치료들을 도맡아 하던 페이 닥터의 일 중에서'여드름 짜기'는 없었다. 여드름을 짜는 것은 ‘피부관리사’들에게나 맡기는 천한 일이라는 분위기를 페이닥터 기간 동안 듣고, 배우고, 익혔을 뿐이었다.

(관리사들이 하는 일이 천하다거나

관리사는 천한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의사의 job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의미이지만 이 단락의 주제가 ‘천시’이기 때문에 일부러 쓴 표현임을 이해 바란다)


의사가 여드름을 짠다는 것은

페이닥터의 기간 동안에도 역시

본적도, 들은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말 그대로 천하디 천한 시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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