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레지던트 시절 원탑 피부과 교과서는 ‘Fitzpatrick's Dermatology(이후 피츠패트릭)'이었다.
이 교과서의 아성은 여전히 무너지지 않았고 지금 현재도 건재함을 과시한다.
전 세계 피부과 의사라면
반드시 한 권은 가지고 있을 교과서.
나는 5,6 판을 공부했는데...벌써 9판이라니..
나는 레지던트 시절,교수님들의 여러 날카로운 질문에 “피츠패트릭을 보면.. “이란 수식어를 넣어 답을 하곤 했는데 이는 교수님들을 늘 기쁘게 만족시키는 답안이 되곤 했다.
물론 고작레지던트 주제에 피츠패트릭을 깡그리 모두 섭렵할 수는 없어 때론 확신이 없을 때조차 운명을 건 모험을 하듯 피츠패트릭을 갖다 붙인 적도 꽤 많았지만 걸리지 않는 이상 그것은 '정답'으로 간주되었다.
(다행히 걸린 적은 없었고, 덕분에 꽤 우수한 레지던트라는 평가를 받으며 수련기간을 마쳤다)
꼼수 가득한 나의 '라떼' 모험담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피츠패트릭은 피부과 의사들에게 있어 권위 있는,교과서 of 교과서라는 것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이 교과서는 그럼 '여드름 짜기'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사실 피츠패트릭에서는 이 '여드름 짜기'를 여드름 수술(Acne surgery)이란 보다 넓고 포괄적이며 소위 뽀대 나는 용어를 붙여 주며 설명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그 전체 내용을 모두 다 여기 소개하기에 부담이 없을 정도로 분량이 쥐꼬리만 하다.
정확히 말하면 총 아홉 문장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 이 아홉 문장만 정확히 익힌다면 '여드름 짜기'에 대해서만은 웬만한 피부과 전문의와 거의 같은 지식수준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교과서 of 교과서의 여드름 짜기 부분 전문(全文)을 내 나름의 해석과 함께 소개한다.나의 해석은 행간의 의미를 지나치게 과장한 것일 수 있으므로 각자가 읽어보고 판단해 보길 바란다.
Acne surgery, a mainstay of therapy in the past used for the removal of comedones and superficial pustules, aids in bringing about involution of individual acne lesions.
과거에, 한 때,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나 주로 시행하던 여드름 수술은(면포나 얕은 농포를 제거하는 것, 즉 여드름 짜기.) 각각 개별적인 여드름 병변을 좋아지게 하는 데는 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However, with the advent of comedolytic agents, such as topical retinoids, its use is primarily restricted to patients who do not respond to comedolytic agents.
밧뜨!(but), 그러나!, 그렇지만!, 하지만!! 문명은 발달했고 이제 바르는레티노이드 같은 훌륭한 약들이 널려있는 이 시대에 이런 약을 안 쓰고 여드름을 짜 대는 짓은 어리석기 그지없다. 여드름 짜기란 정말 이런 약이 안 듣는 환자에게나 어쩔 수 없이 해보는 마지막 수단 같은 거다.
Even in these patients, the comedones are removed with greater ease and less trauma if the patient is pretreated with a topical retinoid for 3 to 4 weeks.
심지어 이런 환자들 조차도 이 훌륭한약들을 쓰며 3-4주 기다려 보면 면포가 매우 쉽고 큰 손상 없이 잘 짜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Acne surgery should not be performed at home because inaccurate placement of the comedo extractor may rupture the follicle and incite an inflammatory reaction.
여드름은 절대 집에서 짜서는 안된다. 압출기를 함부로 얼굴에 갖다 대었다간 모낭이 터지고 오히여 염증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The Unna type of comedo extractor, which has a broad flat plate and no narrow sharp edges, is preferable.
압출기 따위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지만 굳이 사용해야겠거든 좁고 날카로운 모서리가 없이 넓고 편평한 면을 가지고 있는 Unna type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The removal of open comedones is desirable for cosmetic purposes but does not significantly influence the course of the disease. In contrast, closed comedones should be removed to prevent their rupture.
블랙헤드를 짜는 것은 그저 보기에만 좋은 미용적 목적이지 여드름 병의 경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화이트 헤드는 속으로 터져서 곪는 것을 막아주므로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지.
Unfortunately, the orifice of closed comedones is often very small, and usually the material contained within the comedo can be removed only after the orifice is gently enlarged with a 25- or 30-gauge needle, lancet, or other suitable sharply pointed instrument.
화이트헤드의 경우 안타깝게도 모공의 입구가 너무 작아서 25-30 게이지 바늘이나, 메스 칼, 뾰족한 기구를 사용해서 입구를 넓혀 주어야만 배출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Cotton-tipped applicators are also useful to gently extract follicular content after the orifice is opened.
입구를 열어준 다음엔 면봉으로 부드럽게 짜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끝. 이제 더 알려고 하지 마라. 알 필요도, 알려줄 것도 없다.
비록 허울 좋게 여드름 수술 Acne surgery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주긴 했지만, 고작 이것이 피부과의 교과서 of 교과서 피츠패트릭에 나와있는 '여드름 짜기'에 대한 내용의 전부이다.
영어 원문까지 함께 읽어 본 독자라면 내가 의도적으로 과장하여 여드름 짜기를 무시하듯 해석한 부분들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권위 있고 인정받는 피부과 교과서의, 그것도현재 가장 최신판에서 '여드름 짜기'에 대한 내용을 고작 이렇게만 다루고 있다는 것은, 현재 여드름을 바라보는 첨단 의학이 '여드름 짜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실제 무시, 천시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