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김밥 한 줄로 배웠다
오늘은 누군가 나를 데리러 오는 날이다.
이 문장을 마음속에 조용히 올려놓는 순간, 이상하게도 숨이 조금 느려졌다.
수술 이후 나는 혼자 이동하는 일이 조금은 조심스러워졌다.
운전대를 잡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 누군가는 시간을 내고, 누군가는 길을 돌아온다.
그 사실이 고맙다는 말보다 먼저 미안함으로 다가올 때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나는 누군가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가 기꺼이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구나.
용인에서의 이동은 40년지기 친구가 함께한다.
말을 꺼내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사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
그 존재만으로 나는 조금 덜 흔들린다.
그리고 오늘. 원주로 가는 이 길에는
또 한 사람이 함께한다.
20년 전부터 인연이 이어진, 나에게는 스승인 사람.
충남 홍성에서 나를 데리러 오고 있다.
그는 빈손으로 오지 않는다.
차 안에서 먹으라며 김밥을 싸서 온다.
그 김밥을 떠올리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먼저 젖었다.
이건 단순한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함께 가겠다”는 마음이 조용히 말려 있었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내가 무너질 것 같던 시간마다
이 사람은 말보다 먼저 곁에 와 있었고,
해결보다 먼저 안전을 건네주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은 길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멀어서가 아니라, 함께 가는 길이기 때문에.
사람은 혼자서 버티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통해 다시 일어서는 존재라는 것을
나는 조금 늦게, 그리고 깊게 배우고 있다.
오늘 나는 원주로 간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다시 한 번 사람을 믿어도 된다는 마음을 가만히 꺼내 본다.
혼자가 아니어도 되는 날,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