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날, 천혜향 하나

by 강민주

수술을 하고 나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무료하기도 하고, 문득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며칠 전,
아는 동생이 보내준 천혜향이 베란다 박스 안에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예 안 먹는 것도 아니다.
조금씩, 생각날 때 꺼내 먹는 쪽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천혜향을 받은 지도 어느새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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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를 열어보니 한 알은 이미 썩어 있었다.
미안함이 먼저 들었고, 곧이어 나 자신에게 괜히 잔소리를 조금 했다.


얼마 전 누군가 내게
‘자기개발이 과로의 덫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나는 늘 열심히, 성실히, 꾸준히 무언가를 해야 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래야 한다고 믿으며 살아왔던 것 같다.


큰 수술을 하고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쉬지 못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이 시간이 괜히 불안하다.


아마도 이것은 잠깐의 쉼 앞에서 드러난 나의 오래된 습관일 것이다.

그리고 그 불안의 이름은 외로움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유난히 더 고요한 하루다.
어제 보지 못한 드라마를 태블릿으로 틀어놓고
상큼한 것이 먹고 싶어 천혜향을 하나 꺼냈다.


껍질을 벗기며 일부러 껍질은
침대 머리맡에 두었다.
껍질에서 흘러나오는 향이 내 기분을 좋게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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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향 덕분에
나는 웃었고,
조금 힘이 났다.


아주 작은 것 하나가
사람을 이렇게 살아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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