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중증은 아니지만 만성적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증상들이 있다. 가려움증, 비얌, 위식도 역류 등, 그래서 가려움증 약, 감기약, 위장약,,, 등등을 미리 타 놓으러 처방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엔 굉장히 불쾌했다. 현재 증상이 있는지 물어보고 없으면 처방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꼭 필요한 경우도 단기로만 처방했다. 다들 산골 마을에 사시는 분들로 면소재지까지 한번 나오기가 굉장히 힘든 분들이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 사정, 나는 내 진료원칙을 지켜갔다.
근데, 이게 왠일이냐? 그런 사소하고 만성적인 증상들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알러지 소인이 있던 나는 비염이 있었는데, 나이가 드니 이제 피부증상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만성적인 가려움으로 나타났고, 원래 위장이 약한 나는 의원 운영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으니 위장장애가 날 괴롭혔다. 알러지성 비염이 있으니 감기 증상은 늘 나를 괴롭히고… 문득, 약물에 대한 접근도가 비교적 용이한 나도 이렇게 불편한데, 산골마을에 사는 분들은 이런 증상들이 있을때 얼마나 괴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 때문에 응급실에 갈 수도 없고 - 요즘은 경증 환자의 응급실 사용을 더 억제하는 분위기다 - 미리 지어놓은 약이 있으면 얼마나 요긴하게 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후회와 반성이 들었다. 물론 그것과 진료 원칙 사이의 갈등은 여전하다. 그러나 그런 분들을 대하는 내 태도는 확실히 달라졌다. ’감기약 좀 일주일분 줘봐‘’피부약 좀 한달치 좀 줘’ 아직까지 원하는대고 다 해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중이다. 얼마나 괴로울지 내가 느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