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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rephath Nov 18. 2024

모태 솔로의 단 한번의 찐한 사랑

햇살 가득한 거리, 쌀쌀하게 불어오는 늦가을의 바람, 청명한 하늘,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얘기한다. 지금은 연애를 해야 하는 때라고, 드디어 연애의 시절이 다시 왔다고. 귀를 틀어 막고 싶지만, 진짜로 귀를 틀어 막는 다면 어디 아픈 사람이나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모태솔로로 살아온 여자 인생, 그리 평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 계획대로 내 의지대로 인생을 잘 꾸려왔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내 인생 계획에 아직 연애는 없다. 그리고, 오다가다, 그리고 살아가다 설레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언제건 하게 되는 것이 연애이지, 연애가 무슨 인생 필수품인양, 그걸 안 하면 인생에 결격사유가 있는 것처럼 몰아대는 것은 정말 사양한다. 따라서 나는 연애를 하지 않을 계획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살아가다 나를 설레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연애를 할 것이기에, 난 항상 연애를 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즉 인생계획에 연애는 항상 열려있다. 단지 아직 모태솔로인 이유는 아직 내 인생계획대로 열심히 살아오던 시간들 속에 날 설레게 한 남자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나도 꿈을 꾼다. 남자 친구가 생기면 같이 가고 싶은 곳도 꿈꾸고, 같이 보고 싶은 영화도 꿈꾸고, 같이 먹고 싶은 것고 꿈꾼다. 아직 그 꿈의 상대가 내 인생에 나타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 나는 문제 없다. 문제 없다. 오늘도 그렇게 다짐하며 햇살가득한 거리를,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청명한 하늘 아래를 꾿꾿이 걸어 출근을 한다. 따듯한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서류가방을 한 손에 들고 출근하는 내 모습 어디에 ‘나 연애 안합니다’라고 씌여있단 말인가? 한 커플이라도 생기면 또 가십거리가 되니깐, 사람들은 안주거리가 필요해서, 단지 씹고 싶어서 솔로들에게 연애를 하라고 닥달이다. 나 원 참, 안주는 사서 드셔야지, 단순히 그들의 안주거리가 되려고 연애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가십거리 하나 더 만들자고 추파를 던져대고 그런 걸로 안주거리나 삼는 저질들에게 내 인생이 소재거리가 되어줄 생각은 더더욱 없다. 아예 신경을 끄고 살아야지.

그러게 생각하며 출근하는 내 눈빛이 꽤 전투적이었나 보다. ‘나 대리, 오늘 눈빛이 왜 그래?”“제가 뭐요? 일 생각 하는 거죠.”“역시 나대리, 나대리도 일이만 파뭍히지 말고 연애도 좀 하고 그래” 젠장, 들어 버렸다. 오늘도, 저따위 소리를.“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그러고 책상을 정리하는데,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없는 택배가 있다. 상자 안에는 오래된 워크맨이 들어 있고, 가세트 테이프가 워크맨 속에 들어 있었다. 이어폰을 꽂고 틀어보았다. 영화 You call it love 의 주제가 You call it love 가 흘러 나온다. 그 음악이 내 의식를 싣고 데려간 곳은 중학교 2학년 시절이었다. 그때도 똑같은 음악을 녹음해서 나에게 선물해 줬던 교회 오빠. 이게 그 오빠가 보내 온 걸까? 그 오빠는 항상 멋있는체 하던게 좀 재수 없던 사람이었는데, 날 좋아한다는 것과 내게 잘 보일려고 애 쓰는 미숙함이 귀여워서 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오빠 이번 처럼 이렇게 불쑥 들이 대는게 특기 였는데, 아쉽게도 그 오빠의 마지막 들이댐이 청혼이었다. 그때가 내가 대학교 1학년 시절이었으니까 그때 좋다고 결혼하자고 그럴 여자가 어딨겠는가? 그 오빠도 그다지 대책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그 오빠와의 관계는 완전 끊어지게 되었고, 각자 졸업하고 직장 구하고 그러면서 소식이 완전히 끊겼다. 이 테이프, 그 오빠의 짓일까? 약간 입가에 미소가 돌았다. 그 오빠의 짓이라면 정말 그 오빠다운 짓인데. 그 오빠 아직 미혼인 건가?

“자 오늘 조례다.‘부장이다. “오늘 신입사원 한명 수혈됬다. 학벌좋고 실력 좋은 친구니까 잘들 도와 주라고. 사수는, 저기 나대리다. 이상.” 그 신입사원, 가만 보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세월이 열굴을 많이 바꿔 놨어도 그래, 저 얼굴은 분명,,, 그 오빠다. 미스테리의 워크맨의 미스테리는 금방 풀어졌다. 저 오빠 짓이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나에게 맘이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그냥 옛날 생각 한번 해보자는 정도인가? “안녕하세요, 나대리님”“그래, 오빠 우리가 아는 사이지만 직장에서는 서열관계는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어. 그래, 오빠 어떻게 지냈어? 차 한 잔 할까?”우리는 회사 로비의 커피점으로 갔다. “그 워크맨, 오빠 짓이지? 그거 무슨 의미야? 그냥 옛날 생각나서? 아님,,, 아직 나랑 결혼하고 싶어?”나의 단도직입적인 질문들에 그 오빠는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았다. 뭔가 다른 분위기에서 다른 대화를 하고 싶었나 보다. 대답을 기다리고 있어도 그 오빠는 그저 붉은 얼굴을 떨구고 있을 뿐, 말이 없었다. 이 오빠 변한게 없다. “그래, 어린시절 추억은 추억이고, 난 이제 오빠 사수니까 일은확실히 하자구. 그리구 회사에서는 이름 부를 거니까 이해해줘.”

오전은 이래저래 업무 파악시키느라 시간 다 보내고 금새 점심시간이왔다. “현철씨 점심 같이 할래?’‘네, 나대리님.”나는 오빠를 데리고 직장 근처 초밥집으로 갔다.“오늘은 오랫만에 만난 기념으로 내가 쏠테니깐 많이 먹어.”“네, 나대리님.”“아니 오빠, 둘이 있을땐 오빠 동생으로 불러도 되. 그게 편해. 오빠만 괜찮다면 둘이 있을 땐 말 편하게 해.”“으응, 알았어.”“오빠는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등…” 그가 묻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뭐야? 이거 영혼이 없는거야, 아직 긴장한 거야? 뭐 첫 출근이라 그럴순 있지만 너무 심한데?”“내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 지는 안 궁금하니?”오빠가 물었다. “궁금해. 궁금해 죽겠어. 오늘 아침 그 워크멘 이벤트도…”“그럼 내 얘길 좀 해도 될까?”“어,,,어 그래. 오빠 얘기 해줘”

그는 그가 진심으로 날 좋아했었다는 얘기로 시작했다. 그리고, 청혼했다 거절당한 건 너무나 큰 상처였다고 한다. 그냥 당장 결혼하잔 얘긴 아니었고 언젠가 나랑 꼭 결혼하자는 얘기였다고 한다. 이후 오빠는 공부만 했다고 한다. 내가 성적이 괜찮은 편이었기에 오빠도 지지 않으려면, 더 정확히는 같은 대학교에 진학하려면 수준을 맞춰야 했기에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난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대에 진학을 했고 이 오빠의 다음 목표는 나와 같은 직장에 들어오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넌 아마 오늘이 내게 어떤 날인지 절대로 모를 거야. 오늘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그래서. 워크맨도 준비한 거야. 너랑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아 감동적인데, 오빠. 이거 한 남자가 나만을 생각해서 청소년 시절과 대학시절 전부를 쏟아 부었다는 거잖아? 고맙다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네. 아 시간. 다 됐다. 이제 오후 일과야. 들어가자.”

그렇게 나와 오빠는 직장으로 돌아왔다. 오후 내내 생각이 복잡해 졌다. 안 그렇면 내가 비정상인거지.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이 왜 내게 짜릿하고 설레는 기분으로 다가오지 않는 걸까? 내 일 같지가 않아 몰입이 안된다. 연애를 안해봐서 그런 건가, 이 남자가 운명의 남자가 아니라서 그런 건가? 그날 저녁식사는 당연히 오빠와 같이 하며 더 긴 얘기를 해야 하는 게 맞았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오빠에게서 뭔가가 쏟아져 내려 버릴 것만 같아서 그걸 내가 감당하기가 무서웠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가볍게 퇴근인사를하고 집에 왔다. 집에 와서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 그 오빠에게는 내가 거의 운명의 여자라는 건데, 난 왜 이렇게 그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 그의 마음이 문제인 건가, 내 성격이 문제인건가? 이제 그런 오빠와 회사 생활을 어떻게 같이 해 나가나? 애초에 이 회사에 들어온 목적이 나라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라니…

잠을 못 이루다가 늦게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니 피곤했다. 나는 커피 두 잔을 사 들고 회사를 향했다. 그래, 이제 두 잔이다. 사수가 이 정도는해 줘야지. 오빠에게 커피를 건넸더니 오빠는 내게 편지를 건넸다. 오빠는 변한게 없다. 이렇게 불쑥불쑥 둘이대는 촌스런 고백들….

편지를 읽을 새도 없이 오전 일과가 바쁘게 돌아갔다. 오늘은 현장 공장장과의 만남이 있는 날이라 오빠와 단둘이 나갔다. 사소한 일들은 틈틈이 해결해야 하기에 오빠의 편지도 공장에 가는 길에 틈틈이 일었다. 뭐, 안 읽어도 뻔한 얘기였다. 오빠 인생에 여자는 나 하나였고 고등학교때 공부를 한 이유도 나 때문이었고 이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취업공부를 한 이유도 나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나를 사랑하다는 머 그런 얘기였다. 차에서 읽기 딱 적당한 내용이었다면 내가 너무 못된 건가? 뭐라고 대답을 해 줘야 할 것 같아서 그 날을 오빠와 저녁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니깐, 오빠는 그때부터 매우 상기되었고 즐거워했다. 순수한 사람. 저녁을 먹으면서 말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 뭐 다 좋다. 날 그렇게 좋아해줘서 오빠의 인생에 도움이 됐다니 기쁘다. 꿈울 이뤄 축하하고 그 꿈이 나인 것이 영광이다. 다만, 나는 오빠같은 마음이 아니다. 그렇다고 오빠의 마음을 거절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기왕 같은 부서에서 일하게 됐으니 잘 지내자. 그렇지만 내 마음이 오빠의 마음과 같기를 원한다면 좀 곤란하다. 난 원래 태생적으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마음이란게 잘 와 닿지를 않는다. 절대로 오빠를 밀어내거나 하진 않을 테니 상처받지 말아달라. 나도 오빠를 다시 봐서 정말 기쁘다. 그것도 나를 보는 것이 꿈이었다니 더더욱 영광이다. “넌 그때나 지금이나 차갑구나.” 내 말을 다 들은 오빠의 한마디였다. 그러나 오빠는 슬퍼하지 않았다. 꿈을 이뤘고 앞으로 나를 두고 더욱더 꿈을 꿀 수 있느니 행복해 보였다. 뭐 다 좋으니 좋은것 아니겠는가?

오빠는 내 곁에 있으면서 정말 행복해했고 정성을 다 했다. 기념일이나 생일 등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항상 화병에는 새 꽃들로 장식해 줬다. 그렇다고 오빠는 회사일을 등한히 하지도 않았다. 명문대 출신 수재 답게 맡은 일은 잘해 내고 그 칭찬은 사수인 내게 돌아오곤 했다.오빠는 묵묵히 내 대답을 기다리기로 한 것 같았다. 그저 묵묵히 곁에서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면 내가 마음을 열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뭐 나쁜 정략은 아니다. 매일 눈 앞에서 얼쩡대며 일에는 아무 괌심 없이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남자였다면 더 피곤하고 질색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내 곁에 오빠가 한참을 머물면선 내 마음도 많이 열리게 되었다. 일단은 부담스럽지가 않았고, 자기가 할 일을 잘 해 낸다. 그러다 어쩌다 얘전처럼 편지를 쑥 내밀고 가버리곤 하지만, 그건 오빠의 성격인 것이다. 나중에는 순수하고 좋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한번은 저녁 퇴근 시간에 오빠가 또 편지를 쑥 하고 내밀길래, 난 그 편지를 쥐고 있는 오빠의 두 손을 감싸 쥐고 오빠에게 말했다. “오빠, 오늘은 여기 편지에 있는 얘기 그냥 말로 해 주 면 안될까?”오빠는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곧 고개를 떨구더니 “하필, 오늘,,,”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오늘은 다른 얘기 해. 이 예기는 너무 진지해서 네가 부담스러울 지도 몰라. 미안해.”라고 한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그럼 어서 무슨 얘기든 해봐. 난 지루한거 딱 싫어하거든. 얘기하는거 지루하면 그 편지 확 뺏어다가 읽어버릴 거야! 난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오빠는 그 동안 살아온 얘기를 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얘기, 고등학교를 졸업한 얘기, 군대애에 다녀온 얘기,,, 뭐 그 모든 걸 견딜 수 있던 힘은 나였다는 얘긴데, 지루하기 짝이 없는 얘기였다, 도저히 지루해서 나는 오빠가 쥐고 있던 편지지를 뺏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손에서 낚아체서 장난 치듯이 읽던 그 편지를 읽는 내 얼굴은 점점 굳어져만 갔다. 오빠는 많이 아팠다. 편지에 적힌 진단명 만 해도 수 개가 넘었다. 오빠는 그렇게 우리나라 일류대학, 우리나라 일류기업에 들어오기 위해 아둥바둥 거려야 할 몸 상태가 아니었다. 요양이 필요한 지경이었다. 나는 한참을 찾잔을 내려다 보다가 오빠에게 물었다. “오빠 여긴 왜 나타난 거야? 오빠가 여가 나타나서 아픈거 얘기하면, 난 ”아 지고지순한 사랑이 여기 있었구나’라고 하며 좋아라할 줄 알았어?“”아니, 나, 너 한테 바라는 거 없어. 결혼같은건 꿈도 안꿔. 그냥, 난 내 꿈의 종착역에서 쉬고 싶었을 뿐이야. 요즘 나는 푹 쉬고 있는 기분이야. 온 종일 너와 함께 하고 있으니까.“오빤는 오빠가 순수하다고 생각하지? 오빠는 오빠가 하는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웃기지마. 오빠는 그냥 이기적인 거야. 상대인 내다 심지어 매정하게 거절할 선잭지조차 주지 않고 오빤 오빠 맘대로 사랑하고 꿈꾸고 그런거야. 오빠, 이제 어떡 할 거야, 이제 어떡 할 거냐구 흑흑흑흑”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말은 모질었지만 마음은 이 바보같은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 뿐이었다. 한 남자의 평생을 담을 꿈이 나인데, 그 꿈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흔적은 남겨야 하지 않을 까? 그게 결혼이라 해도 지금의 내 기분으로는 해 버릴 것 같다. 어떻게 저렇게 똑똑하고 전도 유망한 청년이 나 하나때문에 바보같이 세상의 문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죽어가아 하나? 이건 아니디. 일단,,, 나는 오빠와 사귀기로 했다. 정식으로 연인임을 회사에, 그리고 세상에 공표했다. 연애는 달콤했다. 안해보던 놀이공원도 가 보고,  팔짱 끼고 걷고, 귓속말 속삭이고,,, 솔직히 부질 없다. 마지막을 선고받은 자가 평생 나를 바라봐 줬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까지 해 줘야 하나 싶은 못된 생각도 뇌리를 감돌았다. 여튼 그는 나와 연애를 하는 동안 점점 몸이 안좋아 졌다. 이제 해 줄 수 있는 것 결혼,,, 후~ 그는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기가 눈을 감을 때  내가 곁에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곧 입원했다. 직장에서 쓰러진 것이다. 나때문에 간신히 버티던 오빠의 건강이 이젠 완전 소진된 것이다. 병원에서는 언제 운명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라며 임종을 잘 지켜 주라고 했다. 그렇게, 오빠는 내 곁에서 눈을 감았다.


늦 가을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꿈궜던 나의 연애는 한 청년의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무참히 박살이 나고 말았다. 나는 그저 가벼운 연애를 원했을 뿐인데, 그 오빠는 온 생을 쏟아 부은 사랑을 들고 나타났다. 왜 나는 연해하지 못하는 걸까? 왜 나에게는 가벼운 추파 하나가 이제 섬짓해 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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