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신앙도 유전이 되면 얼마나 좋을 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는 각자의 선택에 무관하게 다양한 것을 부모 혹은 조부모 세대(격세유전)로부터 유전으로 물려 받게 된다. 前세대로부터 유전 되는 것은 신체적 특징, 성격 및 기질, 질병과 건강 상태 등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질병으로 인해 병원에 갔을 때 필수적으로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가족력이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유전에는 좋은 것도 있고, 질병과 같은 나쁜 것도 있어 유전의 호불호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내 자녀들에게 우리 부부의 신앙이 유전 되면 한시름 덜겠다는 생각을 가끔은 하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신앙은 유전이 되질 않는다.
어느덧 성인이 된 나의 자녀들은 지금은 하나님으로부터 조금은 멀어져 있는 상태이다. 어릴 때만 해도 보고만 있어도 이쁜 신앙의 모습을 보였었던 아이들인데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차츰 교회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 동안 신앙 회복을 위해 많은 대화를 시도해 보았으나 오히려 반감만 커 질 뿐 한 번 어긋한 부분을 바로 잡기가 쉽지 않아 지금은 기도하며 첫 사랑의 신앙을 하루 빨리 되찾기를 기도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가끔은 자녀들에 대한 신앙을 이야기할 때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심지어는 스스로 위축 되어 자신감을 잃기도 한다. 20년이 넘게 청년 사역을 했고, 지금도 교회 사역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지만, 내 자녀들에 대한 신앙 돌봄도 제대로 못한 내가 이린 저런 모양으로 앞에 나서 말할 자격이 있을까하고 스스로 의기소침해 지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심지어는 의기소침을 넘어 부끄럽기도 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있다. 나는 불신 가정, 그것도 어릴 때 교회 가는 것에 대해서조차 야단을 맞고, 몰래 몰래 교회에 가야 했던 환경에서 지금의 신앙인이 된 신앙의 1세대이자, 나와 아내의 기도와 여러 모양의 노력으로 인해 모친과 돌아가신 부친 그리고 작은 형님까지 변화된 모습을 지켜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자신을 보더라도 30대의 열정과 에너지가 지금은 많이 사라지고, 순수함이 변해 버린 신앙의 모습을 보면서 신앙은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경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부끄러움 보다는 내 자녀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며, 신앙인으로 바른 모습을 보이는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유전과 유사하지만 다른 의학적 용어로 감염이라는게 있다. 모계(母系) 유전으로 잘못 알려진 B형 간염이 바로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대표적인 것으로 B형 간염 보균자인 산모가 출산 시 아이에게 수직 감염(모자간 감염)을 통해 전염 되는 것이다. 나 또한 이런 감염의 경로를 통해 B형 간염 보균자 였다가 급성으로 악화 되어 간병변까지 이르러 간암 직전에 겨우 치료가 된 경험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앙이 유전은 되지 않지만 전염성이 있어 자녀 세대에게 수직 감염이 가능하다는 사실인 것 같다. 해서 사랑하는 내 자녀들에 대한 마음은 포기 할 수도, 포기 해서도 안되는 일인 듯 하다.
신앙은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전염성을 가진 영적인 삶이기에 부모가 자녀에게 신앙을 물려주는 과정은 단순히 유전적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신앙의 본보기와 삶의 모습을 통해 이루어지는 노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앙은 혈통이나 유전으로 자동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부모가 자신의 신앙생활과 함께 시간을 같이 하며 시나브로 신앙의 바른 모습과 복음의 참 모습을 알려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신앙은 자발적인 선택의 영역이기에, 부모가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한다고 들을 세대도 아니기에 자녀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바탕으로 스스로 신앙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내 삶에 있어 하나님에 대한 신앙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알기에 세대를 넘어 이어질 신앙의 귀중한 유산을 세우는 일은 멈출 수 없는 일이다.
신앙은 유전되지 않지만 영적 전염성을 가진 삶의 선택으로, 부모의 신앙 실천과 끊임없는 사랑의 노력이 있어야 자녀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 해서 현실은 부끄럽지만 우리의 신앙이 전염성이 있어 자녀들이 감염 될 수 있도록 이 시간에도 나의 기도와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