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장 같은 신앙이 만드는 온돌 같은 사회

by 안흥준

어릴 적, 매서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해가 저물 무렵이면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군불을 지피곤 했었다. 산에서 주워 온 마른 솔잎을 불쏘시개 삼아 솔방울과 나뭇가지를 아궁이에 넣어 불을 지피고, 부뚜막 위 큰 솥에는 물을 한 가득 넣어 그 물로 온수를 대신했었다. 빨갛게 달궈진 숯불에 고구마를 넣어 겨울밤 간식 거리를 만들었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렇게 군불을 통해 구들장이 달궈지고, 그 온기는 온 방에 퍼져 추위를 견딜 수 있게 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따뜻한 아랫목에 둘러 앉아 이야기 나누다 보면 어느덧 안방은 사랑방이 되고, 지친 몸을 녹이는 휴식처가 되기도 했었다. 그렇게 구들장은 단순한 난방 수단을 넘어 삶의 휴식처가 되고 쉼을 얻는 따뜻한 삶의 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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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구들장의 온기와는 사뭇 다르다. 개인주의와 경쟁이 일상이 되면서 젊은 세대는 끝없는 경쟁에 내몰리고, 가족을 위해 온 에너지를 쏟았던 중년들은 정작 자신들의 노년을 준비할 겨를도 없이 다가오는 노년을 불안함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이미 노년의 시기에 접어든 우리의 부모 세대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익숙한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낯설음과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고립과 단절의 상황에 직면하였다. 그나마 이 사회를 지탱해 주었던 정(情)이라는 온기(溫氣)마저 많이 식어 버린 듯 하다.


감사하게도 크리스천들에게는 기댈 수 있는 온기(溫氣)의 근원이신 하나님이 계시니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하지만 그러한 따스함이 단지 우리들의 안락함에만 머문다면, 복음의 사명을 망각한 직무태만 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들장 같은 믿음으로 이 사회의 온돌이 되는 것이 아닐까?


구들장은 아궁이에서 데워진 열을 이용하여 방바닥뿐 만 아니라 방 안 전체를 고르게 따뜻하게 하는 지혜로운 난방 방식이다. 여느 난방 시스템과 달리 쾌적한 공기를 유지하면서, 아궁이의 불이 완전히 꺼진 후에도 구들장이 머금은 열기가 쉽게 식지 않고 오랫동안 따뜻함을 유지하며 온기를 나눌 수 있다. 어느 한 부분만을 데우지 않고, 구석구석까지 고르게 온기를 나눈다. 그처럼 구들장 같은 믿음은 공동체 속에서 조용하지만 깊은 온기로 퍼져갈 수 있다.


우리가 구들장 같은 신앙을 가졌다면 사람을 가리지 않게 된다. 교회 안팎이든, 나와 친한 사람이든 그렇치 않은 사람이든 구별하지 않게 된다. 가난한 이에게도, 상처 입은 이에게도,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한 사람에게도 같은 온기를 전할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신앙이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구들장 같은 사랑이 아닐까 싶다. 구들장 신앙의 온기가 교회 안팎으로 퍼질 때, 교회 공동체와 우리 이웃이 거하는 사회는 좀 더 따뜻해 질 수 있지 않을 까 싶다.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모닥불을 찾듯 자연스레 구들장 공동체를 향해 발걸음을 돌리지 않을까?


아련한 기억 속 방바닥 한 쪽에는 유난히도 까맣게 그을린 부분이 있었다. 아궁이의 가장 뜨거운 열기를 품어 방안 전체에 온기를 나누기 위해 자신을 태워낸 흔적일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는 많은 결심과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의 한 켠에 구들장 같은 작은 믿음을 실천하는 결심을 더해보면 어떨까? 거창하지 않더라도, 굳이 내게 큰 이득이 되지 않을지라도 까맣게 그을린 구들장처럼 묵묵히 내 주변으로, 그리고 이웃들에게 나의 작은 따뜻함을 흘려 보내 보면 어떨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달궈진 구들장처럼 먼저 우리의 마음을 데우고 그 온기를 공동체와 우리 이웃들에게 흘려 보내어 공동체와 이웃들이 한줌의 따스함과 위로를 얻는 다면 새롭게 시작하는 이 한해는 좀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 모습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나로 인해 시원해 지지 않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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