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앙생활 가운데 기복 없는 삶을 기대하지만, 기복 없이 한결 같은 신앙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가운데 우리 신앙은 크든 작든 기복을 겪게 되는데, 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기복이 각자의 정상적인 삶을 해치게 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 까 싶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신앙은 계절의 변화와 닮은꼴이 많은 것 같다. 자연의 균형이 무너지면 계절의 질서가 깨지듯, 신앙의 기준이 흔들리면 그리스도인의 삶 역시 방향을 잃고 원치 않는 모습으로 변모해 가게 된다. 자연 생태계가 온전히 유지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게 작동하는 질서와 법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태양과의 거리, 지구의 공전, 자전축의 기울기 등 자연의 질서가 조화롭게 작동할 때 우리는 익숙한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봄의 생명력, 여름의 뜨거움, 가을의 결실, 겨울의 아름다운 설경(雪景)은 모두 그 질서 안에서 피어나는 조화의 결과다.
그리스도인의 삶 또한 마찬가지다. 신앙의 근본이 되는 기준과 원칙이 바르게 세워져 있을 때, 우리는 어떤 환경 속에서도 향기로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이 흔들릴 때, 신앙인의 내면 세계는 불안정해지고, 우리의 신앙 모습은 지난해 우리가 경험했던 지구촌 곳곳의 이상 기후들처럼 혼란스러워지게 된다. 그러므로 신앙의 기준을 올바르게 세우고 그것을 지켜 나가는 일은 신앙의 사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우리를 지탱하는 뿌리가 되어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의 가치관과 기준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의 마음을 붙드는 신앙의 기준을 더욱 단단하고 견고하게 고정해야 한다.
한 해의 시작에 세웠던 다짐들을 적고, 결심을 다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봄의 언저리에 있는 따뜻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시간의 흐름은 늘 우리의 예상을 앞서가고, 한 해를 돌아볼 때마다 그 빠름에 놀라곤 한다. 사계절이 생기는 이유는 지구의 자전축이 약 23.5도 기울어진 상태에서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나라에서 사계절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뚜렷한 사계절의 변화를 경험하는 나라들은 우리나라와 일본, 프랑스, 독일, 미동부 등과 같이 주로 중위도(위도 30~60도)에 위치한 나라들이다. 이는 마치 모든 그리스도인이 향기로운 은혜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람들의 삶의 여정 가운데서만 크고 작은 기복을 겪으며 성숙해 가는 모습과 같다.
그리스도인의 삶을 하나의 작은 우주로 본다면, 하나님의 말씀은 그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 중심축이 안정되게 고정된 가운데 신앙인으로서 삶을 실천할 때 각자의 삶의 모습이 안정되고, 기복이 올지라도 그것은 오히려 믿음을 단단히 다듬는 순환의 과정이 된다. 그러나 세상 유혹과 현실 등 비성경적인 가치가 그 축을 조금이라도 흔들면, 우리의 영적 균형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봄의 새싹이 움트기도 전에 늦서리가 내려 생명이 움츠러들 듯, 신앙의 기준을 놓치면 우리의 영적 성장이나 연단도 멈추게 된다.
자연의 법칙이 무너지면 생태계가 병들듯, 신앙의 질서가 깨어지면 우리의 내면에도 균열이 생긴다. 강이 오염되면 물고기가 사라지고, 숲이 메말라가듯, 하나님의 말씀에서 멀어진 마음은 서서히 생명력을 잃고 믿음의 순환이 끊어지게 만든다. 처음에는 미세한 변화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영향은 커져 신앙의 뿌리까지 흔들리게 된다. 개인의 신앙이 약해지면 공동체의 믿음도 함께 시들며, 결국 공동체의 영적 환경 자체가 변해 버린다. 그러므로 신앙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기준을 굳게 세우고 지켜 나가는 일이다. 말씀에 깊이 뿌리내린 사람은 봄의 햇살처럼 따뜻한 믿음으로 주변을 깨우고, 여름의 열기 보다 더 큰 열정으로 헌신하며, 가을의 들판처럼 풍성한 열매를 맺고, 겨울의 고요함 속에 얻는 평안을 누리는 삶을 경험하게 된다.
신앙의 기준이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견고히 세워지고, 그 중심을 잘 지켜 나갈 때 우리 삶의 사계는 기복이 아닌 성숙과 연단의 모양으로 열매 맺는 일상의 선순환을 지속할 수 있게 해 준다. 오늘도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 속에서 신앙의 자전축을 견고히 세워야 한다. 세움은 머리 속에 있는게 아니라 내 삶의 작은 영역에서 실천하는 것으로 완성 되어진다. 나의 작은 실천은 내 신앙의 사계를 성숙과 연단으로 만드는 출발점이 아닐 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