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예배 전후로 교회 마당에는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선다.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와도 그 줄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오히려 기다리는 시간마저 자그마한 설레임과 기대로 가득해 보인다. 성도들이 그토록 기다리는 것은 다름 아닌 붕어빵이다. 달콤하고 따뜻한 붕어빵을 먹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보다 붕어빵에 담긴 따뜻한 온기와 나눔의 정이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 같다. 주일마다 교회 앞마당에서 건네지는 이 붕어빵은 소박하지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따뜻함과 행복을 전해 주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붕어빵은 ‘서민의 간식', ‘국민의 간식'으로 불릴 만큼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고, 가격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한때 어디서나 쉽게 사 먹을 수 있었던 붕어빵은 이제 서민에게도 부담스러운 간식이 되어버렸다. 가격이 오르고, 붕어빵 가게도 줄어들면서 그 따뜻한 맛을 느끼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붕어빵의 현실은 어쩌면 우리의 삶, 그리고 오늘날의 교회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한 것 같다. 모두가 쉽게 다가가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교회내의 따뜻한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대신 체계적이지만 어딘가 낯설고 어색한 구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교회는 평신도 제자훈련이 도입된 이래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역 모델이 개발되고 적용되면서 성장해 왔다. 청년을 위한 리더십 과정, 시니어를 위한 신앙 아카데미, 다음세대를 위한 비전 캠프 등 그 폭과 깊이는 분명 발전해왔다. 처음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었던 평신도 성경공부 중심의 공동체 중심에서 점차 다양한 연령과 계층을 아우르는 교제와 배움의 장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것은 교인들의 생활 패턴의 변화와 필요에 맞는 긍정적 대응과 성장의 단면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세련된 프로그램과 플랫폼들이 오히려 대부분의 성도들에게는 높은 벽처럼 느껴지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전문 강사들의 체계적인 강의, 수준 높은 교재, 온라인 플랫폼 등은 시대의 변화에 맞는 시도이지만, 그만큼 성도들의 접근성이 낮아지는 부작용이 생기게 되었다. ‘누구나 함께하는 자리’가 아니라 ‘준비된 혹은 특정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교회가 점점 ‘소수의 전문가가 이끄는 곳’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드는 이유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는 19세기 말, 상위 20%의 인구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이른바 ‘파레토 법칙'이라 불리는 이 원리는 이후 다양한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기준으로 확장되었다. 예를 들면 상위 20%의 사람들에 의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 불균형의 법칙이 유일하게 적용되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면, 바로 교회가 아닐까 싶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동등하게 초대받는 곳일 뿐 아니라 상위 20%가 아닌 평범한 80%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만약 교회가 상위 20%의 엘리트만을 위한 구조로 고착된다면, 나머지 80%의 성도들은 점점 교회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위 20%의 전문가들이 기획한 탁월한 프로그램이 80%의 성도들이 쉽게 참여하고 은혜를 나눌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된다면, 그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모든 성도들이 가고 싶어하는 교회의 모습이 아닐 까 싶다. 신앙의 깊이와 은혜는 세련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평범한 환경 속에서 더 깊이 뿌리내리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교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은 결국 소수의 특권 의식과 배타성에서 비롯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교회 지도층이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동안, 정작 교회가 품어야 할 다수의 평신도들은 점차 주변부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로 인해 교회의 온기가 식어가고, 주인공이 되어야 할 사람 대신 시스템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교회와 복음의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 가 싶다.
교회 공동체는 ‘특별히 선택된 사람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작은 붕어빵 하나를 기다리며, 즐거워하는 이들이 존중받는 곳이 되어야 한다. 다음 주일을 설렘으로 기다릴 수 있는 공동체, 누군가의 마음속에 ‘다시 가고 싶은 곳’, ‘위로 받는 곳’, ‘함께 있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 인위적인 완벽함 보다 따뜻한 부족함이 있고, 형식적인 세련됨 보다 서로를 품어주는 온기가 더 풍성한 곳이 되어야 한다.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채워가기 위한 프로그램과 플랫폼 역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 가는 유능한 사람들의 수고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그 수고의 결실이 소수에게 머무르지 않고, 나머지 80%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자그마한 붕어빵이 추위를 녹이고, 교회 곳곳에 생기를 불어넣듯, 누구나 기다리고, 찾아오며,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그런 붕어빵 같은 교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