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크레딧이 만드는 교회다움

by 안흥준

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부름 받아 모인 하나님의 백성들이 모인 공동체를 일컫는다. 신약에서 교회를 의미하는 헬라어 ‘에클레시아'(ἐκκλησία, ekklesia)’의 어원(語源)적 의미는‘밖으로 불러냄을 받은 자들의 모임’을 의미한다. 즉,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불러 내어 하나님께로 나온 사람들의 모임’으로 철저히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동체임을 알 수가 있을 듯 싶다. 해서 교회다움이란 외형적인 교회의 건물이나 규모가 아닌 공동체가 만들어 가는 다양한 모습이 있는 그대로 인정 되고, 존중 받으면서 빚어지고 만들어 가는 모습이 아닐 까 싶다.


지난해 교회 사역을 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동역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혼자, 혹은 많아야 두세 명과 역할을 나누어 일했기에 ‘함께 일한다’는 감격을 깊이 느낄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평일에 15명 내외의 교우들과 함께 동역을 하면서 교회가 만들어지는 진정한 원동력은 바로 이 분들의 눈에 드러나지 않는 희생과 봉사였구나 하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이런 섬김이 많아 질 때 비로소 교회다움은 열매를 맺고, 흘러 넘쳐 이웃과 지역에도 큰 영향력을 끼치는 교회가 되어 가는 것 같았다. 누가 인정해 주지도, 알아 주지도 않치만 한 분 한 분의 수고로움과 섬김은 참 큰 감동으로 다가왔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들었던 아쉬움은 이 분들의 수고로움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받아 들여지는 현실이었던 것 같다.


영화를 관람을 무척 좋아하는 나는, 1년에 스무 편이 넘는 영화를 보곤 한다. 극장에 가기 전에 의례적으로 하는 하나의 습관이 있는데, 그것은 상영되는 영화에 쿠키영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쿠키영상'은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 전후에 추가 되는 영상을 뜻하는 말이다. 주로 영화의 NG 모음이나 짤막한 에필로그, 속편에 대한 예고 등을 담는 영상으로 영어 표현으로는 ‘포스트 크레딧 씬(Post-credit Scene)’이라 한다. 쿠키영상의 시초는 예전 성룡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에서 영화가 끝나고 엔딩 장면에서 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NG 장면을 보여 준 것이지 싶다. 그 당시 보았던 쿠키영상들은 본 영화 못지 않게 재미있게 보았던 장면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요즘은 헐리웃 영화에도 속편을 암시하는 쿠키 영상이 한두 개, 많게는 세 개까지 제공 되곤 한다.


그런데 쿠키영상이 엔딩 크레딧 중간 혹은 끝에 있기 때문에 쿠키영상 감상을 위해서는 5분 이상 계속 되는 엔딩 크레딧을 다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쿠키영상을 기다리는 동안 엔딩 크레딧을 보고 있노라면 이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과 관련 기관 혹은 업체들이 노력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이름들은 일반적으로 영화 시작부분에 등장하는 주연 배우나 감독들과는 달리 본인들 외에는 알아 주는 사람도 없고, 누구 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사실 나도 언젠가 독립영화 제작을 위한 텀블러(크라우드 펀딩의 일종)에 참여하여 그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나와 있는 내 이름을 찾아 본 적이 있다.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던 내 이름을 발견했을 때, 남들이 알아 주건 말건 상관없이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괜실히 우쭐해 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그 영화 주인공들의 화려한 연기와 장면들 뿐이다. 그 장면과 연기가 나오기까지 수고한 사람들의 노력과 땀은 기억하지 않는다.


예수님께서는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마6:4)"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외적인 보상이 없어 보일지라도 하나님은 우리의 중심을 아시며, 우리가 드러나지 않는 자리에서 행하는 일들도 결코 잊지 않으신다는 위로이기도 하다. 함께 동역했던 분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그 어느 누구도 보상을 기대하며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수고들에 주변의 자그마한 위로가 더해진다면 그 작은 위로가 더 큰일들을 만들어 내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빽빽하게 기록된 수많은 이름 덕분에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듯, 교회 곳곳에서 누구도 알아 주지 않아도, 있어야 할 곳에서 묵묵히 애쓰시는 헌신들이 교회를 유지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엔딩 크레딧에 기록된 많은 분들의 수고로움이 지금의 교회다움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들을 기억하며, 우리는 주위를 둘러 보아 엔딩 크레듯의 주인공들에게 따뜻한 감사의 한 마디쯤 건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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