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죄업을 뒤돌아보는 시간
마을에 한 소녀가 있었다.
동갑내기 소녀
아기적 고열로 뇌를 상했다.
지력은 4살 정도 상태에 남아 있고
하루 종일 머리를 아래위로 흔들며 다닌다.
온전히 걸을 수 없어서
개조된 긴 손잡이 달린 세 바퀴 자전거를
지팡이 삼아 잡고 밀며 걸어 다닌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오징어 게임 캐릭터를 많이 닮았다.
호박을 뒤집은 듯한 머리에
두 눈이 황소눈처럼 컸다.
내가 그 애를 첨 만난 건 8살 9살 무렵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걔한테서 뭘 얻어먹는 것도
걔 곁에 가는 것도 금지시켰고
그렇게 후에 도시로 이사 간 후
흐릿한 기억 속에 그런 아이 하나가 있었다.
세월은 그 애한테만 비껴나가고 있었다.
얼굴도 5살 그 모습 목소리도 5살
그 모습 그대로 키만 좀씩 자랐다.
이러고 보니 늙지 않는 것도 소름 돋는 일이다.
신이 우리 수명을 70-~90 사이로 준 것이
새삼 이해가 된다.
심지어 충분하다까지 느껴진다.
어쩌면 하늘이 내려준 보살이었을 텐데
사람들은 말하는 놀잇감으로 생각하고
길거리에 나오면 놀렸다.
얘 노래 해봐
그 소녀는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 한 자락
뽑는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 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그 애 호주머니에는 항상 누룽지 혹은
알사탕이 들어 있었다.
아마 애가 밖에 나가면 덜 놀림당하라고
주머니에 항상 먹을 것을 넣어 주었을지도
그 부모님 마음은 어떤 맘이었을까.
그렇게 그 얘는 그 얘의 천국에 머물러 있었다.
학교는 물론 유치원도 다니지 않았다.
그 애가 머리를 흔들며 동네 마실에 나서면
사람들은 눈빛이 복잡했다.
가여운 눈빛 못 볼 것을 본 듯이 눈빛을
피하는 사람
가끔은 어른들도 놀렸다.
얘야 여기 와서 노래 한곡 해봐.
누구에게도 피해를 준 것은 없지만
사람들은 대개 그 애를 피한다.
재앙의 화신으로 생각했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슬슬 피했던 걸까.
훗날 몇 년 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마을의 몇몇 남정네들로부터 몹쓸 일을
당했다고 한다.
몇몇이 그 일로 인해서 감옥에 몇 해씩
갇혔다고 한다.
그렇게 인품 좋은 고장이었는데.
문제는 신앙 부족이 아닐까.
사후세계에 대한 심판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니까.
어쩌면 속에 신을 품고 있는 애한테
감히 그런 짓들을 버린 것 아닐까.
역시 인간은 못 믿을 존재고
거리를 둬야 하는 동물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약자를 보호해 주고 보호 시설이
필요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우리의 행복에 누군가의 불행으로 인한 것이
아니지만
우리의 행복을 십시일반 좀씩 불행한
사람들에게 나누면
우리의 행복은 배가 되고
먼 훗날 편안히 눈 감을 수 있을 텐데
이것도 나의 순진한 바람일까.
하나님께 감사드릴 일 또 하나 생겼다.
너무 잘생긴 얼굴 아니라도
너무 총명한 두뇌가 아니어도
저에게 건강하고 멀쩡한 사지
온전한 정신 선을 사랑하고
악을 멸시하는 맘과 영혼을 주셨음에
감사드린다.
못나고 천벌 받을 인간들
공덕을 쌓을 기회를 준 보살을 보살로
못 알아보고 지옥불에 빠진
얼빠진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
신앙과 엄격하고 공평공정한
사법질서가 필요한 이유인 것 같다.
신앙을 잃지 않아서 연민을 잃지
않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드는 어느 날 오후에.
인간이란 신앙이란?
교육이란?
인생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