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길
수천리 동북 평원이 눈앞에서
휙 휙 스쳐 지나간다.
연암이 수개월간 걸렸던 길을
반나절에 스쳐간다.
그가 평생 걸었던 길보다
내가 올해 운전하며
스쳐간 거리가 열 배는 많다.
보름사이 6천 킬로 넘게
달렸었다.
그는 뭘 느꼈고
난 뭘 찾았나
그가 글로 소통하며
통금 때문에 밤을 새우면서 마시던 술
그는 언제 만날지
기약하지 못하는
부자 “되놈” 친구들과
붓글씨솜씨를
뽐냈다.
그들은 그 글씨를 좋아라 하며
서로 빼앗아 가지려 했다.
난 십년 지나도 그런
붓을 악기처럼 다루는
천재적 재능은 없는듯 하다.
이젠 터치 몇 번으로
문 앞까지 배달된다.
한 달에 한두 번씩
부자 친구와 한잔한다
와인 두세 병에
배달원 한 달 월급 사라진다
당연히 술튼 친구가 꺼내고
난 갓 뜬 가자미회와 장어구이를 갖고
친구의 다실에 찾아 간다
연암
그가 그토록
구하고 싶었던 서적들
서양 문헌들
단 수십 초면 구해낸다
검색된다.
읽어준다.
연암
그는 열하일기를 남겼다.
난 뭘 남길까.
연암
그는 천리밖의 친인척 친구에게
몇 달에 걸쳐 편지를 부쳤다.
난 친구들과 하나씩 연락을 끊어간다.
2초면 연락되던 친구들도 이젠
부담된다.
부담될까
걱정된다.
지식의 홍수시대
뭘 건지고
뭘 버려야 할까
난 어디로 가나
난 어디로 가야 하나
뭘 구해야 하나
열반의 길
하나님이 주신 사명?
예전이나 지금이나
누군 한잔술에 백 냥 풀고
누군 한 푼 돈에 눈물 한 사발 쏟아진다.
긴 터널 끝에 이제
빛이 보인다.
그 길 따라가보리라.
가다가 힘들면 쉬엄쉬엄 가지
맥주 네 캔에도 해 나른 해지는
사십대다.
술은 끊어야 하는데
생각대로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