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행기

어떤 길

by 수호천사

수천리 동북 평원이 눈앞에서

휙 휙 스쳐 지나간다.


연암이 수개월간 걸렸던 길을

반나절에 스쳐간다.


그가 평생 걸었던 길보다

내가 올해 운전하며

스쳐간 거리가 열 배는 많다.

보름사이 6천 킬로 넘게

달렸었다.


그는 뭘 느꼈고

난 뭘 찾았나


그가 글로 소통하며

통금 때문에 밤을 새우면서 마시던 술

그는 언제 만날지

기약하지 못하는

부자 “되놈” 친구들과

붓글씨솜씨를

뽐냈다.

그들은 그 글씨를 좋아라 하며

서로 빼앗아 가지려 했다.

난 십년 지나도 그런

붓을 악기처럼 다루는

천재적 재능은 없는듯 하다.


이젠 터치 몇 번으로

문 앞까지 배달된다.

한 달에 한두 번씩

부자 친구와 한잔한다

와인 두세 병에

배달원 한 달 월급 사라진다

당연히 술튼 친구가 꺼내고

난 갓 뜬 가자미회와 장어구이를 갖고

친구의 다실에 찾아 간다


연암

그가 그토록

구하고 싶었던 서적들

서양 문헌들


단 수십 초면 구해낸다

검색된다.

읽어준다.


연암

그는 열하일기를 남겼다.

난 뭘 남길까.

연암

그는 천리밖의 친인척 친구에게

몇 달에 걸쳐 편지를 부쳤다.


난 친구들과 하나씩 연락을 끊어간다.

2초면 연락되던 친구들도 이젠

부담된다.

부담될까

걱정된다.


지식의 홍수시대

뭘 건지고

뭘 버려야 할까


난 어디로 가나

난 어디로 가야 하나

뭘 구해야 하나


열반의 길

하나님이 주신 사명?


예전이나 지금이나

누군 한잔술에 백 냥 풀고

누군 한 푼 돈에 눈물 한 사발 쏟아진다.


긴 터널 끝에 이제

빛이 보인다.

그 길 따라가보리라.


가다가 힘들면 쉬엄쉬엄 가지

맥주 네 캔에도 해 나른 해지는

사십대다.


술은 끊어야 하는데

생각대로 안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운명이라면 피하지는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