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밤 찾아떠나는 행복 한입

[글쓰기 연습 - 001]

by 느림보

모두가 자고 있는 밤 12시. 까치발을 들고서 불 꺼진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향한다. 벽면에 붙은 여닫이 찬장을 두손으로 꼭 붙잡고 숨 참은 채 열어본다. 맨 위에 부터 총 3개의 칸이 보인다. 일단 첫번째 부터 가본다. 찹쌀, 차조, 콩이 보인다. 이건 아니다. 다음 칸으로 내려간다. 빨간 라면 봉지가 보인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늦은 밤, 물을 끓이면서까지 먹기에는 뭔가 귀찮았다. 좀 더 간단한 거. 더 밑으로 고개를 숙인다.

'오예스'

내 입에서도 과자 이름과 같은 함성이 튀어나왔다. 바로 이거였다.

전부 자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잊은 채 부시럭 거리는 소리를 한 껏 내며 박스를 열어본다.

비어 있었다.

한숨이 나왔다. 어디서 다시 시작해야하는 걸까.

찰나의 순간. 작은 방 창고가 기억이 났다. 종종 어머니께서 먹을 것을 두시곤 했다. 찬장 문을 살포시 닫은채 작은방으로 향했다. 창고는 전등이 고장 나 무엇이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작은 방에서 비춰지는 불빛을 의지해가며 하나씩 더듬거렸다.

'제주도 감귤 10kg'

얼른 닫힌 상자를 열어젖혔다. 어두웠지만 주황 빛깔의 자태는 숨길 수 없었다. 보고있으니 벌써 입에 침이 고였다. 파블로프의 개가 따로 없었다. 손에 집히는 대로 한 놈을 가져와본다.

귤을 까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난 보통 껍질채로 반을 쪼가른다. 갈라진 틈 사이로 뿜어져나오는 천연 미스트는 내 눈을 시리게 만들고 코가 시큼해진다. 상큼하다. 당장이라도 한입 크게 배어물고 싶었지만 조금 더 참아보자고 스스로를 달래며 남은 껍질들을 떼어낸다. 그렇게 나온 탱글한 속살. 겉에 붙은 실낱 같은 속껍질을 몇가닥 떼어내고 한꺼번에 입안으로 집어넣는다. 볼이 터질 것 같은 느낌. 씹을 때 마다 흘러나오는 시큼달달한 과즙. 알맹이가 터질 때 마다 배 속을 휘집고 다니던 허기는 점점 사라졌다.


그 순간, 별게 행복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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