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다시 해는 뜬다

*그림보고 묘사하기

by 느림보


하늘에 큰 구멍이 뚫린 줄만 알았다. 밤새 쉴 틈 없이 퍼붓는 비는 머리맡의 유리창을 세차게 두드렸다. 덜컥대는 창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은 해져버린 이불보와 누렇게 바랜 베개 밖에 없는 작고 낡은 방 안을 맴돌며 스산한 노래를 불러 댔다.

결국 깊게 잠에 든 것은 시곗바늘이 2자를 가리킬 때 즘이었다. 그렇게 비바람 소리는 서서히 옅어져 갔다.


-삐비비빅-삐비비빅


분명 울리지 않았어야 만했던 알람소리는 밤새 들었던 비바람소리보다 더 끔찍했다. 평소라면 단숨에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야만 했지만 오래간만에 찾아온 휴가에는 최악의 손님이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일어나자.’


끽해야 4시간은 잠들었을 까. 눈꺼풀은 풀로 붙인 것 마냥 쉽사리 떠지지가 않았다. 벽면을 더듬거리며 겨우내 찾은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순간, 아직 비가 오면 어쩌지 하는 싶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미 문지방을 넘은 이후였다.


나도 모르게 크게 숨이 들이켜졌다.


그토록 귓가를 어지럽혔던 빗줄기는 이미 사라진 후였고, 다만 시커먼 구름자국 만이 하늘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선홍빛 파스텔 톤 하늘 길이 보였다.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6:15 a.m.


마침 때가 좋았던 걸까. 하늘 끝자락이라 생각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끝을 맞대고 있는 바다도 같이 붉그스레 빛나고 있었다.

좀 더 가까이 보고 싶었다.


내가 묵은 민박집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이었을까. 해안가가 펼쳐지며 바위 위에 플라스틱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 그렇게 홀린 듯 그곳으로 걸어갔다. 가면 갈수록 바닷물은 잔잔히 신고 있던 슬리퍼를 적셔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초록빛 낡은 의자에 앉고서는 다시금 하늘과 바다의 길을 바라보았다. 걸어오는 그 몇 분 사이 선홍빛 풍경이 다홍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아주 서서히 먹구름 떼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무언가.

어젯밤 죽일 듯이 날 쏘아 부치던 빗줄기와 새까맣게 온 세상을 뒤덮던 구름에도 오늘의 태양은 떠올랐다.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나와는 너무나도 달랐던 그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서 작은 물음이 방울처럼 부풀며 떠올랐다.

… 나도 될 수 있을까?

사진 이성일 작가

*본 사진은 이성일 작가님이 직접 촬영해 주신 사진입니다. 글로성장연구소의 별별챌린지 과제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의 말씀 전해드립니다!





#별별챌린지#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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