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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 Dec 08. 2021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 후기

단편영화제 시나리오 공모전 우수상 수상, 남편의 지지.

아주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글을 쓰는 것도 좋아했다. 교내 글쓰기 대회에 나가면 언제나 상을 받아왔다. 글을 읽고 쓰는 일이 내게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본격적으로 무용을 전공하면서부터 자연스레 '활자'와 멀어졌지만.


남편과 결혼을 해, 생판 아무도 모르는 타지에 떨어졌다. 여기도 한국말을 사용하고 한국음식을 먹는 한국의 어느 지역 중 하나일 뿐인데 나는 외딴섬에 남편과 둘이 뚝 떨어진 외지인의 서러움을 많받았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난 여전히 이곳이 외롭다.  하루하루 외로운 내 마음을 달래줄 것들을 찾아다녔지만 딱히 찾지 못했다. 사랑하는 남편과 행복한 일상은 내가 꿈꾸던 그대로인데, 무엇인지 내 삶에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은 구멍 난 마음으로 지내다가 우연히 이 지역의 단편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개최 소식을 알게 됐다.


시나리오라는 것을 써본 적이 없었다. 아니, 글을 한 편 완성해본 적도 잘 없다. 기껏해야 일기 쓰기 정도일까.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내게 익숙한 유명 영화 시나리오를 하나 다운로드하여서 읽고 읽었다. 지문은 어떻게 넣는지, 묘사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홀로 파악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혼자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썼다.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불면증 환자라 늘 밤이 무서웠는데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부터는 그 시간이 조금 아늑하게 느껴졌다. 무튼 내가 잘 쓰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계속 적었다. 그냥 계속 적었다. 아무것도 적어지지 않는 시기가 오면 그대로 내팽개쳤다. 억지로 쓰려고 하지 않았다.


글이라는 것은 참 그 주인을 닮아서, 글에 글쓴이의 심상이 묻어난다. 글이 곧 그 사람이다. 내 시나리오는 나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렴풋이 글이 완성되고 딱 한 번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다음 그냥 제출했다. 여러 번 본다고 딱히 달라질 것도 없을 것 같았다. 당선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진심이었다. 누군가가 읽어나 주려나? 그런 생각이었다. 그냥 시나리오 한 편을 완성한 나 자신에게 의미를 두었다. 그렇게 잊고 지내던 어느 날 연락이 왔다.


[우수상에 선정되었습니다.]


믿기지 않아 몇 번을 전화를 해서 확인을 했다. 수상자가 혹시 바뀐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었다. 시상식에 다녀오고 나서야 조금 실감이 났다.


물론 지금도 믿어지진 않는다. 겨우 교내 대회에서 금상이나 장려상을 받던 내가 단편영화제 공모전에서 상을 받다니. 물론 큰 규모의 공모전은 아니었지만 내게는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글은 곧 인격이고, 또 인생이다. 글을 쓰면서 통찰할 수 있고 글을 나누면서 재차 배울 수 있다. 나의 남편은 나의 수상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세상 밖 많은 풍경들을 경험시켜줘야 글도 풍성 해질 텐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


나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내게 많은 감정이 피어날 수 있게 해주는 존재다."


남편으로 인해 내 글이, 내 인생이 사랑으로 더욱 풍성해지는 것 같다. 늘 우울한 글, 통찰하는 글만 써대던 내가 사랑이 담긴 글을 쓸 수 있으니 당신을 만나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글과 나의 인격을 모두 성장시켜주는 남편을 만나 진정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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