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필기할때 다양한 색깔의 분필 쓰기를 즐긴다.
강조하는 포인트를 달리하기 위해서 그러기도 하지만 실은 다양한 색이 칠판에 옹기종기 모여있는것이 그저 보기 좋아서다.
필기가 끝난 칠판을 볼때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 나름의 색이 있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아름다워 보이는 색도 있고 그렇지 않은 색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저런 색들이 같이 모여 있으면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색깔들도 나름 괜찮은 모양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심지어 아름다울 때도 있다.
가끔 기차를 타고가다 바라보는 바깥 풍경에 시선을 뺏길때가 있다.
산과 들과 개울이 한폭의 그림처럼 창가에 걸린다.
그 그림은 다양한 사물이 반사해내는 무수한 색깔들이 만들어내는 걸작이다.
만약 색이 하나만 있었더라면 내 시선이 빼앗겼을까.
사람들도 나름의 색깔들을 지니고 있다.
그 색깔들을 좀더 인지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되어 온것 같다.
최근에는 MBTI라는 개념으로 개인들이 가진 색깔을 표현하기도 한다.
외향적이니 내향적이니 판단형이니 감정형이니 각 사람이 도드라지게 드러내는 색을 외형화 해 놓은 것이다.
이런것을 연구한 이유가 아마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자 하는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나랑 색깔이 다른 타인과 내가 어떻게 배열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해보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그런 고민이 있다면 좀더 아름다운 케미를 서로 만들어 낼수도 있으니 말이다.
한 개인으로서의 고유한 색깔도 존재하겠지만그가 가진 자질 중에 또 두드러지는 색도 있을 것이다.
한 개인의 고유한 색은 여러자질들의 섞임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면 그 중에서도 어떤 자질이 좀 더 부각되어 있는가는 분명히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학업적 능력으로만 본다면 분명 타과목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잘 받아들이고 잘 하는 특정 과목이 있다.
안타까운 것은 진학에 있어서는 우리가 가진 특정과목에 대한 우위와 상관없이 전과목을 두루두루 잘해야 좋은 대학에 합격할 확률이 높아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과목들이 대부분 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괜히 인생의 낙오자 같은 비참함을 느끼게되고 내가 잘하거나 흥미있어 하는 과목은 간과되어 버린다.
그 취약한 과목의 성적을 올리려고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쓴다.
하지만 극복되지 않는 한계점에 부딪히게 될 때가 많다.
그림에서는 여러색깔이 조화롭게 섞여 형형색색의 다채로움과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데 과목별 성적에서는 들쭉날쭉한 그림은 무시당하고 모두 모노톤으로 하나의 높은 그래프만 그려지길 소망한다.
심지어 모든 학생들의 '목표'도 모노톤으로 물들어 있다.
이과생이 공부를 좀 하면 의치약대.
문과생이 공부를 좀 하면 경영대.
설령 자신만의 색과 어울리는 학과인데 공교롭게도 별로 인기가 없는 학과에라도 진학하면 성적에 맞춰 학과를 선택했다는 오해도 받는다.
그래서 반강제적으로 사회가 원하는 색을 얻기 위해 다년간의 학업적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실 단색으로만 보이는 수묵화도 그 속에 붓터치의 강도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질감이 존재하며 색이 전혀 칠해지지 않은 여백도 그림의 한 부분을 멋있게 담당하고 있는걸로 평가된다.
나는 우리 학생들 저마다가 가진 색들이 사회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아름다운 색이라고 믿는다.
그 각자의 색이 없다면 사회는 단조로운 하품만 유발하는 졸작이 될수 밖에 없다고 믿는다.
우리 사회의 제도와 체계가 좀더 우리 학생들의 다양한 색깔을 유연하게 받아들여 멋있게 '공동체'라는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그 속에 어울어진 각자가 고유한 정체정 속에 자존감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