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싸움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기 위한 방위산업

by 김장렬

대만의 방위산업을 이해하려면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이 나라는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 대만의 무기들은 크지 않다. 눈에 띄지도 않는다. 수출을 전제로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무기들은 모두 하나의 방향을 향한다.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결정을 늦추며, 시간을 벌기 위한 방향이다. 대만의 방위산업은 압도적 승리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전쟁 이후에도 국가가 존재할 수 있는가를 계산하는 산업이다.


1. 패배 이후에 태어난 산업


1949년 국공내전의 끝에서 대만은 패배한 국가로 출발했다. 대륙을 잃었고, 바다는 좁았으며, 물러설 공간은 없었다. 이때 대만이 얻은 전훈은 단순했다. 한 번 밀리면 끝난다. 이 인식은 이후 대만 방위산업의 기저가 된다.


초기의 대만 군사력은 미군 원조에 의존했다. M48과 M60 전차, F-86과 F-5 전투기. 그러나 이 무기들은 싸울 수 있는 힘이었지, 버틸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전차는 섬의 지형에 비해 무거웠고, 전투기는 활주로가 파괴되면 무력해졌다. 그래서 대만은 선택했다. 전진 방어가 아니라 상륙 저지, 기동전이 아니라 접근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방식을. 바다를 건너오는 순간부터 전쟁이 시작되도록 만드는 개념이었다.

f86.png 대만 F-86 전투기 (출처 : https://brunch.co.kr/@nasaraptor/21)


2. 싸우지 않는 방식으로 싸움을 준비하다


대만의 군사전략은 접근을 막고, 지역을 통제하는 방식. 군사 용어로는 A2/AD(Anti-Access / Area Denial)라 불린다. 그러나 대만에게 이것은 새로운 전략이 아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일상처럼 내재된 사고방식이다. 대형 함대를 만들지 않고 미사일을 선택한 이유, 전차보다 휴대용 대전차 무기에 집중한 이유, 전투기보다 분산 운용과 복구 능력을 중시한 이유가 모두 여기에 있다. 대만의 전쟁은 적을 격파하는 전쟁이 아니다. 적이 접근하는 순간부터 계산이 복잡해지는 전쟁이다. 상륙을 막지 못해도 좋다. 상륙을 결정하지 못하게 만들면 된다. 그 사이 시간은 흐르고, 국제 정치는 움직인다. 대만의 방위산업은 이 시간을 벌기 위해 존재한다.


대만의 군사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오늘날 대만의 지상 전력은 전차 중심이 아니다. CM-11, CM-12 전차는 여전히 운용되고 있지만, 그것은 최후의 방어선에 가깝다. 실제로 대만이 주력으로 삼는 것은 휴대용 대전차 무기다. 대표적인 것이 FGM-148 재블린(Javelin)과 BGM-71 TOW다. 이 무기들은 전차를 격파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대만에서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상륙 이후의 전투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상륙을 계산 단계에서부터 부담스럽게 만드는 비용이다. 값비싼 상륙 전력을 소규모 분산 화력으로 위협하는 방식이다.

대전차.jpg 대만군이 M1167 험비에 장착된 BGM-71A 대전차 미사일(출처 : https://v.daum.net)


장갑차 역시 같은 철학 위에 있다. CM-32 ‘Clouded Leopard’ 8×8 장갑차는 대규모 기갑 돌파를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 병력을 빠르게 이동시키고, 흩어지게 하며, 다시 모이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대만의 지상 전력은 전장을 장악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전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cm-32-yunpao-1.jpg 대만 CM-32 장갑차 (출처 : https://m.blog.naver.com)


하늘에서도 선택은 분명하다. 대만 공군의 핵심 전력인 F-16V는 현대적인 전투기지만, 대만은 공중 우세를 전제로 작전을 설계하지 않는다. 대신 첫 타격을 견디고 다시 날 수 있는 구조, 분산된 기지와 신속한 복구를 중시한다. 자체 개발한 IDF ‘징궈’ 전투기 역시 최고 성능보다 유지와 운용의 자립성을 우선한 결과물이다.

장궈.jpg IDF ‘징궈’ 전투기 (출처 : https://bemil.chosun.com)


바다에서는 이 철학이 더욱 분명해진다. 대만 해군은 대형 수상함을 최소화한다. 대신 Kuang Hua VI급 미사일 고속정이 핵심 전력이다. 이 작은 함정은 해전을 벌이기 위한 존재가 아니다.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슝펑(Hsiung Feng) II·III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는 이동식 발사대에 가깝다. 이 고속정들은 바다를 지배하지 않는다. 대신 바다를 불확실한 공간으로 만든다. 상륙함과 호위함이 접근하는 순간, 어디서 미사일이 날아올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것. 대만 해군의 목표는 바다를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모든 선택은 하나의 개념으로 묶인다.

대만_Kuang_Hua-6급_스텔스_유도탄_고속정.jpg Kuang Hua VI급 미사일 고속정 (출처 : https://m.blog.naver.com)


3. 보이지 않는 미사일과 드론의 힘


최근 대만 방위산업의 중심에는 미사일이 있다. 슝펑 II는 아음속, 슝펑 III는 초음속 대함미사일로 해상 접근을 억제한다. 이 미사일들의 핵심은 사거리보다 배치 방식이다. 고정된 플랫폼이 아니라, 은폐되고 분산된 발사 수단을 전제로 한다. 방공에서는 천궁(Sky Bow) 계열이 중추 역할을 한다. 이 체계는 개별 요격 성능보다 레이더–지휘–요격의 연결을 중시한다. 대만은 이미 알고 있다. 하늘을 지키는 것은 미사일 한 발이 아니라, 끊기지 않는 체계라는 사실을.

슝평.jpg 슝펑-2 지대함 미사일 (출처 : https://www.yna.co.kr/view)


최근 대만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드론이다. 공격용보다 감시·정찰 드론이 우선이다. 텅윈(Teng Yun) 중고도 무인기는 상륙 이전 단계에서 움직임을 포착하는 눈이다. 이 정보는 미사일과 방공 체계로 이어진다. 드론이 늘어나면서 대드론 역시 자연스럽게 방공 체계 안으로 흡수되고 있다. 대만은 드론을 새로운 전쟁 양상이 아니라, 기존 방공망이 처리해야 할 또 하나의 표적으로 본다. 조용하지만 현실적인 선택이다.

텅윙.jpg 공격용 대형 무인기 텅윈-2형 (출처 : https://blog.naver.com)


4. 기업이 아니라 연구기관 중심의 산업구조

대만 방위산업의 중심은 기업이 아니다. AIDC(항공우주산업개발공사)와 CSIST(국가중산과학연구원) 같은 연구기관이 핵심이다. 이 구조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만에게는 필연이다. 대만의 방위산업은 수출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기술을 공개할 이유도 없다. 필요한 것은 내부 완결성이다. 이 점에서 대만은 이란과 닮았지만, 이유는 다르다. 이란은 제재 때문에, 대만은 정치적 지위 때문에 스스로를 닫았다.

대만 국가중산과학연구원 전시물.png 대만 국가중산과학연구원 전시물 (출처 : https://blog.naver.com)


5. 미래 대만의 방위산업 "더 작게, 더 흩어져서"


대만의 미래 무기는 더 작아지고, 더 흩어질 것이다. 대형 전투기와 대형 함정은 늘지 않는다. 대신 드론은 많아지고, 미사일은 다양해진다. 방공은 더 촘촘해지고, 지휘체계는 더 빠르게 연결된다. 이것은 혁신의 결과가 아니다. 처음부터 선택된 길의 연장이다. 대만은 끝까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하면 더 오래 버틸 수 있는가.


대만의 방위산업은 묻는다. 방위산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승리인가, 아니면 존재인가. 대만은 답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선택을 보여줄 뿐이다. 조용한 무기, 흩어진 체계, 연결된 방공, 그리고 시간을 벌기 위한 산업.

대만의 방위산업은 강해 보이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기 위해 존재한다.

ChatGPT Image 2026년 2월 7일 오후 01_51_51.png 미래 대만의 해양전력 (AI 생성)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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