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멀리 떨어져 있다. 지도를 펴면 바다 끝에 홀로 놓인 대륙이다. 이 나라는 오랫동안 거리를 방패로 삼아왔다. 유럽의 전쟁도, 아시아의 갈등도, 바다가 한 번 걸러주었다. 그러나 1942년 일본군이 다윈(Darwin)을 공습했을 때, 호주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거리는 절대적인 방패가 아니라는 사실을. 대륙도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전쟁 이후 호주는 선택했다. 영국이 아니라 미국과 손을 잡았다. 1951년 미국, 호주, 뉴질랜드 3국이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체결한 집단 안보 조약인 ANZUS(태평양 안전 보장 조약)는 그 출발점이었다. 이후 베트남전, 걸프전, 아프가니스탄까지 호주는 동맹과 함께 움직였다. 이 나라는 독자 노선을 선언하지 않았다. 대신 가장 강한 네트워크 안으로 들어갔다.
냉전 시기 “Forward Defence”, 즉 위협을 자국 해안이 아닌 더 먼 곳에서 차단한다는 개념이 자리 잡았고, 이후 “Self-Reliant Defence”로 전환되며 최소한의 자주적 방어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호주는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동맹과 함께 설계했다. 이 나라 방위산업의 출발점은 위협이 아니라 거리였고, 자립이 아니라 연결이었다.
1. 현재 전력과 방위산업 구조를 현지 생산으로의 전환
오늘날 호주 공군의 중심에는 F-35A Lightning II가 있다. 72대를 도입해 운용하며 스텔스와 센서 융합, 데이터 기반 전장을 구성한다. 여기에 E-7A Wedgetail 조기경보기가 더해진다. 이 기체는 보잉과의 협력 아래 호주가 설계에 참여한 사례로, 공중 통제 능력의 핵심이다. 해상 초계는 P-8A Poseidon이 맡는다. 대양을 감시하고 잠수함을 추적한다.
해군은 Hobart급 이지스 구축함을 운용한다. SM-2 미사일과 이지스 전투체계는 장거리 방공 능력을 제공한다. 기존 Collins급 잠수함은 아직 현역이며, 차세대 잠수함은 AUKUS 체계로 이어질 예정이다. 수상 전력의 미래는 영국 설계 기반의 Hunter급 프리깃이 담당한다.
지상 전력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독일과 협력해 Boxer CRV 장갑차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한국 한화와 계약한 K9 Huntsman 자주포 역시 호주 내 생산라인에서 조립된다. HIMARS(다연장 로켓 발사 시스템) 도입으로 장거리 화력도 확보했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있다.
최근 10년간 호주는 “Sovereign Defence Industrial Capability”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해 왔다. 완전한 자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핵심 전력만큼은 자국 내에서 유지·생산·개량이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되, 산업의 통제권은 자국 안에 두겠다는 선언이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 공장은 단순 조립 시설이 아니다.
독일 Rheinmetall Defence Australia는 퀸즐랜드 공장에서 Boxer 장갑차를 생산하며, 호주 지상 전력의 핵심 차량을 자국 내에서 공급한다. 한국 Hanwha Defence Australia는 질롱(Geelong) 인근 공장에서 K9 Huntsman을 조립하며, 포병 전력의 자국 생산 기반을 구축했다. 영국 BAE Systems Australia는 Hunter급 프리깃 건조를 통해 해군 전력의 핵심 조선 능력을 현지에 유지한다. 미국 Lockheed Martin Australia는 F-35 관련 부품 생산과 미사일 체계 통합을 수행하며, 항공·미사일 분야 기술 참여를 확대한다. 미국 Boeing Defence Australia는 E-7A 및 무인체계 관련 사업을 통해 항공 전력 통합의 한 축을 담당한다. 호주는 더 이상 단순한 구매국이 아니다. 구매한 무기를 자국 산업 안으로 끌어들이고, 유지·개량·부분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이 지금 호주 방위산업의 구조다.
2. ANZUS(태평양 안전 보장 조약)이 동맹형 첨단 방산의 실험으로
2021년 발표된 AUKUS는 군사 협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기술 블록에 편입되는 결정이었다. 'AUKUS Pillar 1'은 핵추진 잠수함 확보 프로젝트이다. 호주는 영국 설계를 기반으로 한 SSN-AUKUS(핵 추진 잠수함)를 2040년대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으면서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이는 단순한 플랫폼 도입이 아니라, 핵추진 기술과 운영 체계 공유를 포함한다.
'AUKUS Pillar 2'는 8대 첨단 군사·방산 기술을 공동 개발 및 공유하는 협력 프로젝트로 더 넓다. 극초음속 무기, 인공지능, 사이버, 양자 기술, 자율 시스템 개발이 포함된다. 여기서 호주는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다. 기술 공동개발 파트너로 참여한다. 호주는 자립을 외치지 않는다. 대신 최상위 기술 네트워크의 일부가 된다. 동맹은 외교 수단이 아니라 기술 플랫폼이다.
한국과의 접점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K9 Huntsman 자주포 계약은 단순 수입이 아니라 현지 생산과 기술 협력을 포함했다. 한국은 수출형 산업 국가이고, 호주는 현지화형 동맹 국가다. 서로 다른 모델이지만, 교차점은 “공동 생산”이다. AUKUS는 묻는다. 강해지는 길은 혼자서 모든 것을 만드는 것뿐인가. 아니면 가장 강한 네트워크 안에 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길인가.
3. 호주의 미래 연결과 확장의 장거리 억제 전략
2023년에 발표한 “National Defence Strategy”에서 호주는 분명한 방향을 제시했다. 장거리 타격 능력 강화, 북부 기지 확장, 해양 억제 중심 전략이다. 호주는 Tomahawk 순항미사일과 LRASM(장거리 대함미사일)을 도입해 원거리 타격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HIMARS(다연장 로켓 발사 시스템)와 결합된 장거리 화력은 대륙 방어 개념을 넘어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결된다. 공군은 F-35A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해군은 SSN-AUKUS(핵 추진 잠수함)를 통해 심해 억제력을 확보한다. 그러나 이것은 군비 확장의 선언이 아니다.
호주의 미래 전략은 여전히 연결 중심이다. 핵심은 네 가지다. 동맹 기술 흡수, 자국 내 제조 역량 유지, 장거리 억제력 확보, 해양 통제 능력 강화. 호주는 강대국이 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강대국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려한다. 그것이 이 나라의 선택이다. 아시아 대부분은 자립을 이야기했다. 중국은 스스로 만들었고, 한국은 수출로 증명했으며, 이스라엘은 전훈으로 단단해졌다. 그러나 호주는 다르다. 어떤 나라는 혼자 싸우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 결정 역시 하나의 전략이다. 호주의 방위산업은 규모가 아니라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 강해지는 방식은 하나뿐이 아니다. 연결되는 방식도 또 다른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