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은 얼음이다. 길은 제한되어 있고, 배가 지날 수 있는 시간도 짧다. 그런데 그 넓은 공간을 감시하고 관리해야 하는 나라가 있다. 캐나다다. 그리고 남쪽에는 미국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진 국가다. 캐나다는 이 두 조건 사이에 놓여 있다.
캐나다 국토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다. 그러나 인구는 약 4천만 명이다. 한국보다 적다. 이 차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구조의 차이다. 넓은 공간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를 지탱할 인력과 산업은 제한적이다.
특히 북극은 공간이 아니라 비용이다. 도로를 하나 유지하는 것, 통신망을 연결하는 것, 항로를 관리하는 것 자체가 전략이 된다. 여기에 산업 규모의 한계가 겹친다. 그리고 하나가 더 있다. 캐나다는 미국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경제도, 기술도, 군사도 이어져 있다. 미국의 무기 수출 통제 규정 ITAR(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는 캐나다 기업의 수출에도 영향을 준다.
이러한 상태에서 중요한 구조 하나가 드러난다. 캐나다의 방위산업은 군수 공장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민간 산업에서 시작된다. 항공, 전자, 통신 산업이 먼저 형성되고, 그 위에 방위산업이 얹혀 있다. 실제로 방산 활동의 상당 부분이 민간 산업과 연결되어 있고, 많은 기업이 미국 기업의 캐나다 법인 형태로 운영된다.
이 모든 조건은 하나의 방향으로 모인다. 모든 것을 혼자 만드는 구조는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캐나다는 선택했다. 혼자 만들지 않는다. 대신 끊기지 않는다. 이 선택은 철학이 아니라 구조가 만든 결과다.
1. 방위산업의 태동과 발전
캐나다 방위산업의 출발은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이 시기 캐나다는 연합군의 핵심 생산 기지였다. 항공기 약 1만 6천 대를 생산했고, 군용 차량도 대규모로 만들어냈다. 세계 4위 군수 생산국이었다.
전쟁은 산업을 만들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 산업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공장이 닫히고 생산 라인이 멈췄다. 전시 체제는 평시에 유지되기 어려웠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사건이 남는다. 아브로 CF-105 애로우(Avro CF-105 Arrow)다. 캐나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초음속 요격기였다. 당시 기준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1959년, 정치적 판단으로 사업이 중단된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발 실패가 아니었다. 캐나다가 어디까지 독자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이 바뀐 순간이었다.
이후 캐나다는 구조를 바꾼다.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에 참여하고, 북미 항공우주 방어사령부(North American Aerospace Defense Command, NORAD)를 구축한다. 혼자 방어하는 구조에서 함께 방어하는 구조로 이동한 것이다. 이 구조는 단순한 협력이 아니다. 캐나다는 자국 영공뿐 아니라 미국 본토 방공에도 직접 참여한다. 두 국가가 하나의 방공 체계를 공유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 선택은 결과를 바꿨다. 독자 방공 체계를 별도로 구축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이때부터 방위산업도 달라진다. 모든 것을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필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장갑차, 감시 기술, 항공 지원 분야가 중심이 된다. 캐나다는 선택했다. 전체를 만드는 국가가 아니라, 구조 속에서 역할을 맡는 국가가 되기로.
2. 캐나다 방위산업 발전
지금의 캐나다 방위산업은 크지 않다. 국방비는 국내총생산 대비 약 1.3% 수준이다. 미국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이 구조는 하나의 특징을 가진다. 완성형 무기 체계보다, 그 안에 들어가는 요소 기술이 강하다.
캐나다 육군의 핵심은 경장갑차(Light Armoured Vehicle, LAV)다. 이 장갑차는 캐나다 기업인 제너럴 다이내믹스 랜드 시스템 캐나다(General Dynamics Land Systems Canada)가 설계와 생산을 담당한다.
이 장갑차는 여러 나라에 수출되었고, 미국의 스트라이커 장갑차(Stryker)의 기반이 되었다. 캐나다는 장갑차 하나로 동맹의 전력 안에 들어갔다. 전차 중심 구조가 아니다. 기동 중심 구조다. 무겁게 버티는 대신 빠르게 움직인다. 넓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선택이다.
캐나다 공군은 전투기를 직접 만들지 않는다. 현재 CF-18을 운용하고 있으며, 미국의 F-35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일부 부품과 유지 체계에 캐나다 기업이 참여한다. 핵심은 전투기가 아니다. 감시다. 북미 항공우주 방어사령부(North American Aerospace Defense Command, NORAD) 체계 아래에서 북극과 북미 상공을 감시한다. 레이더와 위성, 통신 체계가 연결된다. 캐나다는 자국 영공만 보는 것이 아니다. 북미 전체를 함께 본다. 이 구조에서는 독자 방공 체계를 따로 구축할 필요가 줄어든다. 전투는 마지막 단계다. 먼저 오는 것은 탐지와 판단이다. 캐나다는 이 단계에 집중한다.
캐나다 해군은 북극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얼음이 녹고, 항로가 열리고, 이 공간의 의미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변화는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다. 러시아는 북극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고, 미국도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이 지역을 주목하고 있다.
북극은 이제 경쟁의 공간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캐나다는 북극 해양 순찰함(Arctic Offshore Patrol Ship)을 운용한다. 이 함정은 영하 30도 환경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다. 장기간 항해도 가능하다.
이 함정의 목적은 전투가 아니다. 존재를 유지하는 것이다. 캐나다 조선 기업인 어빙 조선소(Irving Shipbuilding)가 참여해 건조했다. 캐나다 해군은 싸우기보다 공간을 관리한다.
캐나다 방위산업의 핵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캐나다 항공전자(Canadian Aviation Electronics, CAE)다. 이 기업은 항공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다. 조종사를 훈련시키는 시스템을 만든다. 또한 센서와 통신 분야에서는 L3해리스 캐나다(L3Harris Canada)가 활동하고 있다. 기업들은 무기를 직접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없으면 무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캐나다는 이 영역과 구조를 선택했다.
캐나다 방위산업의 한계는 분명하다. 전투기, 미사일, 대형 함정은 해외 의존도가 높다. 북극 인프라는 충분하지 않다.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 미국의 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연결은 안정성을 만든다. 동시에 의존을 만든다. 캐나다는 그 사이에 서 있다.
3. 미래 캐나다 방위산업
캐나다의 미래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현재 구조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방향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첫째는 북극이다. 북극은 더 이상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다. 러시아, 미국, 중국이 동시에 주목하는 공간이다. 얼음이 녹으면 길이 되고, 길이 생기면 경쟁이 시작된다. 캐나다는 이 공간을 직접 관리해야 한다. 감시와 통신, 극지 운용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둘째는 동맹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와 북미 항공우주 방어사령부(North American Aerospace Defense Command, NORAD)를 중심으로 한 구조는 유지된다. 캐나다는 혼자 가기보다 함께 가는 길을 선택한다.
셋째는 선택과 집중이다. 캐나다는 앞으로도 모든 것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이미 강점을 가진 분야에 집중한다. 장갑차, 시뮬레이션, 센서 기술이다. 확장이 아니라 깊이다. 다만 하나의 변수는 남는다. 미국의 전략이 바뀌면 캐나다도 선택을 다시 해야 한다. 연결을 유지할 것인가, 일부를 스스로 만들 것인가. 이 질문은 계속된다.
캐나다는 강한 국가가 아니다. 그러나 쉽게 끊어지지 않는 국가다. 혼자 모든 것을 만들지는 않는다. 대신 연결을 유지한다. 필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방식이다. 이 선택은 효율적이다. 그러나 완전하지는 않다.
방위산업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드는 능력인가, 아니면 필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능력인가. 캐나다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함께 유지하는 구조는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세계가 다시 나뉘는 순간에도,
이 선택은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