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
지옥의 외곽, 먼지뿐인 사막에 벨리알은 조용히 웃으며 서 있었다. 조각나 깨진 자신의 저택을 내려다보았다. 무너진 유리 파편과 불에 그을린 정원을 보면서도 그의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역대 최고의 거짓말이야. 데미안, 이 멍청한 놈. 평생을 인간의 세상을 수습하며 살아가라. 네 가죽으로, 네 피와 영혼을 걸어 맹세했으니.'
벨리알은 유리 파편 앞에 무릎 꿇고 무너진 자신의 저택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파편들은 공중으로 솟아올라 잃어버린 조각들을 스스로 맞추어 나갔다.
지옥의 중심가, 따뜻하고 안락한 저택 안에서 파이몬은 차를 끓이고 있었다. 티백을 넣은 컵에 끓는 물을 붓고, 그는 꿀을 첨가했다. 냉장고에서 꺼낸 얇게 썬 레몬 조각을 차 위에 올린 후였다. 그는 오래된 축음기로 음악을 재생하고, 자신만의 편안한 의자에 앉아 담요를 덮었다.
음악을 들으며 차를 음미하던 파이몬은 생각했다.
'지금쯤이면 그들이 모든 문제를 해결했겠군. 골치 아픈 일들은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것이 상책이다. 태양 아래 살아가고 달빛 아래 사랑하듯, 나는 진정 행운아다.'
지혜의 악마 파이몬은 지옥에서 가장 밝은 미소를 머금었다.
For a Flower.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