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날, 나는 낭만을 태웠다

벽난로가 만든 안개

by 하얀 나비
뒷마당

밴쿠버로 이민을 와 가게를

운영하던 시절,
점심때쯤 도와주는 분이 오시면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날, 그 시간에 집정리도 하고
뒷마당 나무 가지치기를 했다.


1층에 나무를 땔 수 있는

벽난로가 거실 한가운데 있었다
잎이 달린 작은 가지들을 모아
벽난로에 넣어 태워보았더니
생각보다 불이 잘 붙었다.

벽난로 앞에 앉아 무념무상으로
가만히 불을 바라보며
그야말로 ‘불멍’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가 지났을까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다.

올 사람이 없는데…

머뭇거리며 문을 열자
집 앞에는 소방차가 서 있었고,
완전 무장을 한, 키 큰 소방관이 서 있었다.

“별일 없으세요?”

그렇다고 답하자
신고가 들어와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아래층 벽난로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건… 태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소방관은 그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밖으로 나가보니
온 동네가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하얗게 덮여 있었고,
굴뚝에서는
습기를 머금은 하얀 연기가
펑펑 나오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욕심쟁이 여자들 남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