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신 신세대

나는 무죄

by 하얀 나비



오늘의 산책로는

몰(Mall)이다.


나갈 때마다 나를

기다리게 했던 남편이

웬일인지 먼저 준비를 끝내고

나를 기다린다.


"뭐 해?"


대충 준비하고 황급히

동이 켜진 차에 올랐다.


비울 것이 더 많은 나인지라

딱히 살 것도 없지만

한국의 백화점 같은

분위기가 좋아서 운동삼아

몰(Mall)에 자주 간다.


젊음이 넘실거리는

그곳에서


오천불 하는 마사지 기계도

살펴보고

오늘따라 발걸음이 가볍다.


푸드코트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별다방 커피도 마셨다.


돌아오는 ,

차를 타려는데

뭔가 이상하다.


눈을 씻고 봐도

믿을 수가 없네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그 넓은 몰(Mall)을

돌아다녔다


머릿속 필름을 되돌려보니

두 종류의 신발이 현관 앞에

나란히 있었고


착용감도, 높이도 비슷한 데다

급해서 보지도 않고

발로 더듬어 신고

나왔던 게 화근이었다.


나갈 나를 서두르게

원인을 제공했던 남편이

서둘러 얼굴에 글씨를 쓴다.

“나는 무죄”


몰에 있던

사람들이 내 신발을 봤을까?

안 봤을까?


누구도 나에게 귀띔해 주거나

웃지도 않았다.

바지 위에 팬티를 입지 않는 한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마사지 기계 설명하던

청년이 과하게 웃기는 했지


그래, 옷을 잘 입었으니

그저 패션인가 보다

생각했겠지


손주들은

양말을 다 섞어놓고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신던데


그래, 나도 이젠 신 신세대다


창피한 마음보다

짜릿한 몰래카메라를 한 것 같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여태껏 살던 “정답의 길” 말고

안 해본 것도 하고

안 가본 샛길로도 가보자


우선 한 번도 안 해본 글쓰기를

브런치에 써보기로 했다


부끄러웠던 과거가

내 잘못이 아니잖아

태어나와 보니 그런 걸

어쩌란 말이야


아버지가 초가삼간 오막살이가 좋다 하셨고

남편의 취미는 돈 벌기가 아닌 돈 쓰기였다.


내가 만든 게 아닌 가난과

복잡한 가족사를 글로 적어


누군가랑 나누며

같이 울어주고

같이 웃어준다면


지나온 삶의 무게의 기억이

조금은 가벼워지고


남은길 걸어가는 발걸음이

사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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