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 전상서

암호를 기억해 줘

by 하얀 나비

엄마라고 한 번도
불러본 적 없는 내 엄마

정신줄을 놓아야만 견뎠을
그 모진 풍파를
어찌 감히 짐작이나 하겠어

잘했어
그렇게 안 했으면
남은 세상 어떻게 견뎠겠어

지켜주지 못해
첫아이를 보냈지만

다시 인연이 닿아
세 남매에게 세상문을
열어줘서 고마워

남의 둥지에
우릴 낳고도
뻐꾸기처럼 날아가지 않고
부족한 대로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너무 어렸고
날개도 돋기 전이라
최대한 크게 입 벌리고
먹이를 받아먹기도 바빠
손도 한번 잡아주지 못했어

고통뿐이었을 날들을
일찍 접고 떠난 것도 잘했어

자식들 결혼식에
엄마자리가
두 개인 식장은 없더라고

나이 예순을 넘겨 세상을
바라보니
엄마만큼은 아닐지라도
모두들 짊어질 만큼의
슬픔을 안고
살았더라고

아쉬운 게 있었더라도
우리와 그들을
측은하게 봐줬으면 좋겠어

지금도 엄마가 내 곁에 머물며
나를 돕고 있다는 걸
문득문득 느껴

훗날 다른 세상에서 만나
서로 못 알아보더라도
이 암호만큼은 기억해 줘

우리의 암호는,
“”“에미”””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