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나야 나
우리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언제나 “나”였다
얼떨결에
새들 무리 중 맨 앞에선 나는
뒤를 돌아보지 못하는 새였기에
잘 따라올 거라고 믿으며
앞만 보고 날았다
눈아래 펼쳐지는 세상은 아름다웠고
노을로 붉게 물든 하늘이
나를 멈추고 쉬어가게 하였다.
다시 날개를 펼칠 때면
날갯짓은 폭풍처럼 강렬해졌고
너는 그런 나의 다리를
혹시 바람결에 다칠까
염려 하였다
나와 겨뤄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너
그러나 나의 뜨거워진 화로를
단 한 번에 제압하는
너의 병기는 강력한 힘이 아닌
“천진난만”이었다
내가 홍시라고 믿고
골랐던 너는
빛깔 고운 땡감이었고
너의 엄마도
홍시라고 우기셨지만
나는 떫은맛에 괴로워했다
예습도 연습도
허락되지 않은
현재로만 맞닥뜨리게 되는
단 한 번뿐인 인생의
매 순간들을 지나
모진 계절과 냉기를 버티고
숙성이 되어
마침내 홍시가
되었는데
나이만큼 빠른 세월에
금방 곶감이
되어버렸다
달콤한
곶감이 되고나니
혹시나 까치가
눈독을 들일까 하는 걱정과
행여 꼭지가 말라
떨어질까 하는
두려움에
마른 대추가 되어가는 나는
곶감 걱정에 또 잠을 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