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see"
길게만 느껴졌던
여름이 지나고
잔디가 모두
죽은 듯 보였다
여름엔 혹시 모를 식수
부족을 이유로
정부에서 잔디밭에 물 주는 걸
제한했다
그래서 집마당이 초록이 아닌
누런 금잔디가 되었다
시에서는 금잔디가 된
마을 사진을 올려서 동네별로
콘테스트를 하고 그 동네에
상을 주기도 한다
초록으로 잘 가꾸어진
잔디밭의 집주인은
동네의 민폐가 된다
잔디는 여름내 다 죽은 듯했다가
요술처럼 다시 살아난다
그러나 그해에는 아무리
기다려도 잔디가 나오지 않았다
앞마당이 잔디밭이 아닌
맨땅이 되었다.
다음 해 이른 봄 아침
우리 집만 잔디밭이 온통
깨알 같은 초록으로 뒤덮였다
이건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정원 가꾸기에 진심인
옆집 샌드라에게 싹의
정체를 물었다.
이리저리 살펴보던 그녀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금 더 자라면
알 수 있을 거리고 했다.
동그란 두 개의 떡잎같이 생긴
작은 초록 동그라미가
동글동글 앞마당을 덮었다
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게 무엇일까를 고민했고
작년에 화분에서
흐드러지게 피었던
보라색 도라지 닮은 꽃을 떠올렸고
그 꽃의 새싹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마당의 새싹과 모양이
정확히 일치했다.
들깨와 비슷한 수많았던 씨주머니가
터지면서 날려 싹이 난 거라
혼자 결론지었다
온통 예쁜 보라색으로
덮어질 정원을 그려보며
너무 행복했다.
옆집 샌드라에게도 설명하고
꽃이 피면 나눠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녀는 의미 모를 미소를 지으며
“We will see”라고 했다
양지바른 곳의 싹들이
먼저 자랐고
아침마다 눈을 반짝이며
조금씩 변화하는 사진을 찍었다
우리 동네가 이 보라색 꽃으로
환해지고 모두 나에게
꽃을 얻으러 오겠지?
푸른 두 개의 떡잎은
성장을 시작했고
드디어 모양을 드러냈을 때
나는 그것이 잡초라는 사실에
절망했다
그리고 실실 웃음이 났다
꽃씨를 뿌리지도 않고
꽃이 피기를 기다렸구나
내가 만들어낸 화려한 환상과
정직한 맨땅
모자를 눌러 쓰고 인적이 드문
시간을 골라
한국에서 공수해 온 호미로
죄 없는 잡초를 모두 제거했다.
다시 정직한 맨땅이 되었다
뭔지 꼭 알려달라던 샌드라도
나의 상처를 짐작했는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