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한려수도 삼백리

내겐 존재하지 않는다

by 하얀 나비
손주 자랑 (어릴때)


한려수도 삼백리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배 여행길

지나가는 여객선을 만나
양쪽배 사람들이 손을 흔들고
휘파람도 불고 반가웠는데

큰 배가
지나간 자리가
큰 물결을 만들고

내가 탄
작은 배가 그만
삼각파도에 갇혔다

선장이 소리치고
조수가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배 뒤쪽 키를 잡고
죽을힘을 다한다

배에 탄 여행객들은
노인부터 바닥에 쓰러지고
울고불고 난리법석

배가 부서질까
바위들을 피하는데

오 개월 된 딸을 안은
내 모습이 처연하다

창문으로 비치는 하늘이

번갈아 한쪽씩만 보이고
다른 쪽은 물속으로
숨바꼭질을 한다.

내 힘이 미약한데
잠든 애까지 안고
비장한 모습을 해보지만
목숨은 경각에 달렸다

하늘에서 바구니가 내려와
나를 안고 가지 않는 한
살아날 방법이 없어 보인다

천신만고 사투 끝에

삼각 파도를 벗어나
육지섬에 배를 세우고나니

물의 무서움과
땅의 든든함이
뼈저리게 각인된다

자연 앞에 인간은
얼마나 미약한지
육지에 올라서도
다리가 후들거려
한동안 땅까지 흔들리나
의심했다

여행이고 뭐고
집으로 가려면
돌아가는 다른 길은 없고

다시 한번 죽음길로 안내했던
그 배를 타야만 한다

내 기억 속에
그림 같은 한려수도 삼백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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