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서은

추억이 아니라 기억이라고 씁니다.

소풍날 아침 고슬고슬 한 밥을 지어

모양 좋게 손질해 놓은 채소를 잔뜩

넣어 김밥을 싸던 엄마,


아빠 친구가 사들고 오셨던

종합과자 선물 세트,


선생님께 분단장으로 지목되어

으쓱해하던 나.


추억이라 말하기엔

너무 선명해서,


좋았던 일들 조차

기억이라고 부릅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모양을 갖춥니다.


그때는 몰랐던 마음을

지금에야 읽어 봅니다.


이제는 도망치지 않고, 숨지 않고

달빛 아래 있었던

작은 나를

천천히 안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