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예약 1편
'2026년 10월에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한 달 살겠어!'
하고 결심한 건 이미 수년 전 일이다.
슬슬 계획을 실행에 옮긴 건 지난 10월 경.
무려 1년이나 남았지만
나는 용감하게(?) 에어비앤비에 숙소를 예약했다.
해글리 파크 바로 옆에 붙은 예쁜 집.
나중에 보니까 이 집의 호스트는
치치에서만 수십 채를 공유주택으로
돌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예약하고 한 달쯤 지났을 무렵
난 이 집을 취소하고 다른 집을 다시 예약했다.
여행 날짜를 조금 조정했는데
처음 예약한 집은 일정 조정이 불가했다.
다시 한번 에어비앤비에서 집을 예약했다.
이번엔 메리베일 지역으로.
취소한 집의 호스트가
이번 집의 공동 호스트란다.
대단하다 대단해.
그리고 부럽고.
하지만 이번 예약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단순 변심까지는 아니고
가만 보니 메리베일 지역은
딸아이 학교에서 거리가 좀 됐다.
차로 가면 10분 거리 정도인데
버스 타면 버스가 천천히 가는지 돌아가는지
40분 이상 걸린다고 나온다.
처음엔 렌트해서 매일 아침 차로 데려다 주자! 였지만
과연 그게 매일 아침 가능할까?
내가?
아니야, 그냥 최대한 학교에서 가까운 곳이 좋겠어.
두 번이나 에어비앤비에서 취소하려니
약간 찝찝하고 미안한 맘이 컸지만 어쩌랴.
그냥 취소해 버렸다.
자 이제 어쩐다.
두 번의 취소를 거듭하며 시간이 흐른 사이
한 달 숙박비는 슬그머니 올라버렸다.
이쯤 되니
그냥 처음 예약했던 거 그대로 했을걸 그랬나..
하는 아주 맥 빠지는 후회를 약간 했다.
그러나 이미 떠난 버스.
혹시나 해서 이리저리 날짜를 바꿔가며
첫 번째 집을 조회해 보니
가격이 훌쩍 뛰어올라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에어비앤비뿐만 아니라 부킹닷컴도 살펴봤다.
그러다 발견한 어떤 집.
분명 에어비앤비에서 본 집인데 부킹닷컴에도 있었다.
양쪽 다 집에 대한 리뷰가 적은 걸 보니
새로 등록한 집 같았다.
그런데 부킹닷컴 가격이 꽤나 저렴했다.
신규라 그런가?
리뷰 쌓으려고?
딸아이 학교는 버스로 20분.
양호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바로 예약.
그게 지난 11월 말이었다.
환불불가 조건으로 예약과 결제까지 마치고
마음이 아주 편해졌다.
숙소만 예약해도 반은 한 것.
이제 더 이상 변심과 변덕 속에서
숙소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겠지.
하지만
약 한 달 후
크리스마스 아침.
나는 뜬금없는 메시지를 받았다.
부킹닷컴을 통해서.
호스트가 보내온 메시지를.
일단 sorry로 시작하면
좋은 내용일리가 없지.
읽어 내려가면서 설마설마했건만.
그래 가격이 싸긴 쌌다.
인정.
아니 그나저나 '환불 불가' 조건으로 예약한 건데
이렇게
취소해 달라고 한다고
내가 냉큼 취소해 줘도 되는 건가?
호스트 측에서 부킹닷컴이랑 의논해서
취소처리 해주고
페널티가 있으면 호스트가 받고 해야지
내가 취소하면 내가 약속을 깨는 건데?
그리하여 회신을 이렇게 보냈다.
내가 고분고분 알아보겠다고 하니
호스트야 뭐 땡큐지.
그리하여 생전 처음으로
부킹닷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크리스마스 밤 10시경에.
무려 24시간 운영하는 고객센터란다.
02-3483-3225
한국인 상담사분과 통화했다.
이러이러한 상태다 하고 설명하니
이런 경우는
보통 이렇게 된단다.
부킹닷컴이 호스트에게 연락한다.
호스트는 자신이 원하는 '적정가격'을 말한다.
부킹닷컴이 나에게 그 '적정가격'을 전달한다.
나는 수락하거나 거절하거나.
수락하면 돈 더내고 이용하면 되고
거절하면 페널티 없이 예약을 취소해 준단다.
솔직히 썩 맘에 드는 제안은 아니었다.
왜냐,
생각지도 않은 생돈을 더 내야 하거나
아니면 새로 숙소를 알아봐야 하는데
이제 숙소 찾기에 할 만큼 했는데
그걸 또 해야 한다고?
아니 이렇게 호스트 친화적인 회사였나_ 부킹닷컴.
하지만 어쩌랴.
일단 알겠다고 했다.
나를 원치 않는다는 집에 굳이 들어가기도 좀 그렇고.
막 나중에 엄청 트집 잡고 나 괴롭히는 거 아냐?
그렇게 약 며칠 후.
부킹닷컴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