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벌써 8주간의 강의 코스가 끝났다. 마지막 강의를 듣고 마지막 데일리 과제를 제출하고 바로든 생각은 내가 8주 동안 뭘 제대로 학습하지 않은 것 같은 절망감이었다. 2 달이라는 기간 동안 PM 님들은 내게 분명 많은 것을 알려줬는데 지금 당장 뭘 생각하려니 그 어떤 것도 명확하게 기억이 남는 게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아쉬운 절망감을 토대로 회고를 작성하려고 기억나는 지난날들을 곰곰이 되짚어보니 1주 차 PM의 역할부터 페르소나, 디자인 싱킹, JTBD, J커브로 시작해서 UX, 그로스 해킹을 지나 린 분석, 기술 스택, 애자일 등등의 개념들이 생각났다. PMB를 오기 전이라면 아예 몰랐던 개념들인걸 이내 깨닫고 그래도 뭔가 뭔가 한 것을 배워 갔다고 생각하며 마지막 회고를 진행해보려고 한다.
사실 PMB의 본격적인 시작은 2주 차라고 생각한다. 1주 차는 앞으로 스프린트 해서 달려 나갈 방향의 이정표 같은 역할이고 위클리도 2주 차부터 시작하고 뭔가 본격적으로 제품에 대해 나오면서 2주 차부터 무언가를 본격적으로 배운다는 느낌이었다. PMB 신청부터 합격, 그리고 1주 차에서 PM의 역할을 배우면서 매시간 스스로 각인했던 열정이 가장 활활 타오른 시간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이전 기업에 재직하면서 서비스의 매출원이 왜 점점 떨어져서 새로운 판로를 뚫어야 하는 상황을 그리며 배운 내용들과 적극적으로 결부하여 왜 그랬을지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 있었던 주차였다. 다만, 약간의 절망을 느낌 한 주였기도 하다. 생전 처음 보는 단어들과 그 단어들을 설명하는 수많은 영문자료들은 그래도 나름 좀 공부를 해봤다고 생각했던 오만함을 짓이겨 새로운 배움이란 싹을 틔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한 주였다.
7주 차는 내용이 어려운 건 둘째치고 스스로 하는 공부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진짜 고생해서 무언가를 작성하고 다른 동기들의 글을 봤을 때 생각도 못했던 기능들을 찾아서 기재하는 것을 보고 내가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찰하게 되었던 한 주였기도 하다. 아직 실무를 경험하지 않았기에 개발지식이 PM에게 왜 필요한지 생각을 하고 진짜로 필요한 학습이라고 스스로에게 당부를 하는 한 주였다. 사실 스프린트도 4주가 최대 기간이라는데 6주 동안 진짜 열심히 달렸으니 몸이 지친 것 일 수도 있다. 하지만 힘들었던 만큼 실제 화면 등을 분석해보면서 무언가를 가져간다는 느낌이 가장 강하게 들었던 한 주였기도 하다.
많은 걸 배우면서 그때그때 많은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현재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끊임없이 타인에게 확인하려고 했던 것 같다. 동기들에게도 혹시 내 글 보고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멘토 밋업 행사에도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묻기도 했다. PM이란 직무의 특성상 딱 정해진 정답은 없고 그분들도 명확한 정답 같은 게 없으니 속 시원한 답변은 없었고 점점 더 내가 잘하고 있는지 미궁에 빠져서 너무 힘들었다. 글을 잘 쓰고 싶었는데 글을 더 잘 쓰게 되었는지 모르겠고 분명 1주 차 글을 지금 시점에서 본다면 무언가 잘못된 점이 보인다고 했는데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다. 부분 부분 무언가 수정할 부분은 보이지만 진짜 그게 수정점 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다가 우연히 역기획과 서비스 분석은 절반짜리 공부라는 칼럼을 보게 되고 또 그 시점에서 멘토님이 제게 밖에서 서비스를 바라볼 때 최선의 인사이트를 발견했다는 평가를 해주시면서 지금은 실무에서 꽃 피우기 전 최선의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말 그대로 정신없이 질주했던 8주간의 짧은 여정이 끝났다. 2달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기간 동안 PM분들이 준비한 콘텐츠들은 순간순간 전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정말 방대했다. 여행으로 따지자면 당일치기 여행인데 맛집 10군데를 돌아다닌 느낌이랄까? 배가 부르니 그 맛집들의 맛을 정확히 알기 어렵고 정말 맛있는 곳인데 맛있다고 평가를 하지 못한 그런 느낌이다. 다만 분명 맛은 한번 보았고 그곳의 분위기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듯이 8주간의 기간은 내가 무언가를 시작할 때 어디서든 여기서 무언가를 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동기들이 기업 협업과 팀 프로젝트 두 분류로 나뉘어 새로이 시작하는 분기점이 왔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특정 기업의 문화를 경험해보는 기업 협업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번 해보는 팀 프로젝트를 선택해서 기업 협업을 아예 신청하지 않았다. 막상 신청을 하지 않으니 뭔가 좀 아쉽긴 했지만 그건 이제는 다른 일을 하게 되는 동기들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착각이라 생각하고 8주간의 배움을 토대로 이제는 팀 프로젝트라는 열매를 얻어 그 열매를 취업이라는 결말로 좋은 가격에 팔 수 있게 되길 다시 한번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