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밍

동심어린동요

by 나린

집을 나서니 바람이 분다.

먼 산 너머 어디쯤 머물다 온 바람이 나의 몸을 흩고 지나간다. 어쩌면 아주 먼 시간을 흘러왔을지도 모를 바람이다. 형체도 없고, 향도 없는 바람에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든다.


지나가는 바람에 습관처럼 허밍이 흘러나온다.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빨갛게 노을이 타고 있어요...'


초등학교 시절 어린이 동요 대회 수상했던 '노을'이란 노래 가사가 마무리될 즘 한껏 올랐던 화가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한다. 화를 가라앉히는 나름 나만의 대처이다. 참았어야 했다. 잎으로 내 뱉지 말았어야 했다.


엄마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 아이에게 학대로 기억이 되었던 감정이 올라왔던 순간부터 나는 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노라 했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상처로 기억이 되었을지 모를 아들에게 현명치 못했던 엄마를 용서하라고 했을 때


"엄마 용서란 건 내가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있을 때 하는 거고 저는 그런 기억이 없어요" 엄마보다 어른스러운 아들은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들을 애써 외면하는 답을 내게 전했다.


늦은 귀가와 밤 낮 없이 핸드폰에 빠진 아들에게 예전 반성의 기억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랑과 걱정에서 비롯된 잔소리였지만, 그 순간의 강한 어조의 말투는 또다시 아들에게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나의 20대를 기억하면 지금의 아들보다 더한 시간 엄마 애를 태우면 보냈다. 마치 다 자란 어른처럼 딸이란 이유로 사전에도 없는 말로써 부모를 학대했었다. 적어도 나의 기억엔 엄마에게도 아들에게도 평생을 갚고 살아야 빚들이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화를 참고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올라오는 욕지거리마저 허밍을 과장해 지나가는 이들이 듣지 못하게 하고 있다.

거리를 두고 살아가지 않는 이상 반복될 감정이겠지만 이미 예전과는 다른 미세한 변화를 기대해 보며 동심 어린 동요로 마음을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