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옷을 입은 곳에 고귀가 있다

by 작은도깨비

자기보다 자신을 더 크고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이 능력인 시대가 되었다. 본래의 자신보다 더 아름답고 젊게 사진을 찍는 방법이나, 자신의 영상이 어떻게 더 관심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넘쳐날 정도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우리는 보이는 것이 화려할 수록 그것의 능력을 인정한다.


그러나 정말 가치있는 사람들은 그것의 빛이 새어나갈까 더 가리기 바쁘다. 비싼 차 보다는 오래된 깨끗함이, 명품 옷 보다는 질좋은 옷의 온전함이, 직함 보다는 삶의 행적이 더 가치롭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 말이다. 정갈한 오래됨은 늘 반짝이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애정처럼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사람의 가치를 보여준다.


그래서 사람들이 느끼는 고급스러움에 대한 평을 잘 살펴보면, 겉 모습과 상관없이 자신의 삶과 몸가짐을 바르게 하며 태도에 묻어나는 기품이 있다고들 한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얻기 쉬운 것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좋은 사람의 빛은 그 사람의 금전적 여유의 유무를 초월한다.


대학원 때 일이다. 지인의 간곡한 부탁으로 과외해야 되는 일이 있었다. 외국에서 오래 유학하고 와 한국말도 서툰 아이라 조심스러워 아는 사람을 통해서만 선생을 구한다고 했다. 부유하고 좋은 집안에서 자란 클리셰에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지만 부탁을 거절할만한 명분도 분명치 않아 그 제안을 승낙했다. 지하철 역에서 나를 데리러 온다는 어머니를 기다렸다.

‘끼익’

새마을 운동 때 다닐 법한 올드카 한 대가 내 앞에 섰다. 속으로 내가 생각한 슈퍼카가 아니라 조금 당황했다. 그러나 차에 타고 나는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것도 함부러 할 수 없을 만큼 번들번들 정갈한 내부,말 한마디에 담긴 배려와 상냥함에 나는 숨만 간신히 쉴 수 있었다. 정갈함과 격식이 주는 힘을 그때 나는 처음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드러나지 않는 힘에 대한 존경을 갖게 된 것 같다.


아파트 로비에서 경비원 할아버지가 인사를 한다. 그의 앞에는 누군가의 평전이 놓여 있다. 그것을 그분이 읽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자신 앞에 목적을 두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저 자세에서 빛이 나는 것 같다. 나이가 지긋한 저분은 어떤 삶의 궤적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혼자 그의 삶을 상상해 본다. 젊은 날 사회에서 열심히 빛이 나게 살다가 그 빛이 사그라들녘에 어느 좁은 자리에서 서서 다른 이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자의 숨겨진 빛이 내 피부에 닿는 것 같다. 타인을 겉치레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과연 타자를 키우고 자라게 하는 저 깊은 빛을 제대로 볼 수는 있을까.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 가치가 낮다고 생각하지 말자. 지금 내가 가진 것이 적다고 나의 가치가 낮다고 생각치 말자. 오늘 내가 나의 삶을 얼마나 가꾸고 정갈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는지에 집중해보자. sns에 담겨지지 않는 고귀하고 경외할 만한 것은 적고, 작고, 낮다고 생각하는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헐리웃 영화에서 신이 가장 낮은 얼굴로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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