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oNomad
이해했는데 왜 반복되는가
전상희
이해했는데도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온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원인도 알고 있고
설명도 충분히 해냈다
그런데도
몸은 다시 같은 반응을 하고
감정은 같은 파형으로 흔들리고
삶은 비슷한 장면을 재현한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비난한다
아직 덜 이해했나 보다
의지가 약한가 보다
하지만 반복은
이해의 실패가 아니다
이해는
머릿속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반복은
상태의 문제다
삶은
설명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삶은
유지 가능한 상태만을 통과시킨다
아무리 잘 이해해도
몸의 리듬이 바뀌지 않으면
환경의 배치가 그대로면
관계의 긴장이 유지되면
삶은 같은 경로를 다시 밟는다
우리는 흔히
이해가 선행 조건이라고 믿는다
알면 달라질 수 있어
깨달으면 반복하지 않아
그러나 실제 순서는
정반대다
상태가 먼저 바뀌고
이해는 나중에 도착한다
그래서 반복 속에서도
이해는 늘 최신 상태다
하지만 삶은
여전히 같은 조건 위에 서 있다
반복은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반복은
삶이 그 상태를
아직 버릴 수 없어서다
그 상태가
고통스럽더라도
익숙하고
예측 가능하고
완전히 붕괴되지는 않는다면
삶은 그것을 유지한다
우리는 그것을
나쁜 선택이라 부르지만
삶에게 그것은
아직 살아남는 선택이다
그래서 이해만으로는
반복을 멈출 수 없다
반복을 멈추는 것은
설명이 아니라
조건의 변경이다
리듬을 바꾸고
거리를 바꾸고
머무는 시간을 바꾸고
회복의 순서를 바꿀 때
반복은 서서히 힘을 잃는다
그제야
아 그랬구나라는 이해가
조용히 따라온다
나는 왜 같은 선택으로 돌아오는가
전상희
우리는 자유롭다고 믿는다
매번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다르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선택은 늘 비슷하다
사람이 바뀌어도
장면이 달라져도
결말은 익숙하다
그래서 묻게 된다
나는 왜 늘 이 선택으로 돌아오지?
선택은
순간의 결정이 아니다
선택은
그 순간의 상태가 허용하는 유일한 경로다
피곤한 몸은
버거운 선택을 하지 못하고
불안한 감정은
모험을 선택하지 못하며
긴장이 높은 상태는
익숙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그래서 선택은
자유의 문제가 아니라
가용성의 문제다
우리는 선택을 바꾸려 하면서
상태는 그대로 둔다
같은 환경
같은 리듬
같은 관계 구조 속에서
다른 선택을 기대한다
그러나 삶은
그런 기대에 응답하지 않는다
상태가 같으면
선택도 같다
그래서 같은 선택으로 돌아오는 것은
나약함이 아니다
습관도 아니다
그건
아직 다른 선택을 감당할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삶은
감당할 수 없는 선택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의 몸과 감정이
통과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경로를 고른다
다른 선택을 원한다면
먼저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그 선택을 감당할 수 있는 상태인가?
그 질문에
몸이 고개를 끄덕일 때
선택은
설명 없이 달라진다
선택은
의지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상태가 열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삶은
천천히 바뀐다
이해는 빨리 오지만
상태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시간을 건너는 동안
우리는 같은 선택으로 돌아오고
그것을 실패라 부른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아직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만큼
몸이 준비되지 않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