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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스혜영 Jul 11. 2022

물범의 집으로 몰래 침범하다.

스코틀랜드 북동부 바다

스코틀랜드 북동쪽에 자리 잡고 있는 어촌 마을 Findochty를 찾았다. 

바다가 코 앞으로 보이는 숙소에서 짐을 풀었다. 2층에 있는 조그만 거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바쁘게 움직이는 어부들을 볼 수 있다. 밤이 되면 어부들은 수십 개의 통발에 밧줄을 묶어 바다 밑으로 내려 보냈고 아침이 되면 통발 안으로 들어간 바닷 가재와 꽂게를 꺼내 커다란 플라스틱 상자 안에다 가득가득 담는다. 상자 위로 빨간 가재들이 집게발을 바쁘게 움직인다.

2층 거실에서                                                                                         Findochty의 전경


해변가를 따라 돌고래를 볼 수 있다는 Spey Bay로 달리는 중이었다.  

"물개다!"

둘째 아이가 소리쳤다. 

해안가로 놀러 나온 건 물개보다 몸집이 큰 회색 바다표범(Grey Seal))과 항구 바다표범(Harbour Seal)이었다. 

수족관에서만 볼 수 있었던 바다표범이라니... 들키지 않으려고 살살 걸었지만 흥분한 우리 6살 아들의 작은 발걸음이 쿵쾅거렸다. 항구 바다표범이 우리를 먼저 발견했고 회색 바다표범 쪽으로 뒷지느러미 발을 이용해서 기어갔다. 자세히 보니 회색 바다표범에게 안겨있는 새끼가 젖을 먹고 있는 중이었다. 재빨리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표범도 미동이 없는 우리를 보며 안심하는 듯했다. 

엄마, 아빠와 새끼. 그 주위로 물속에서 머리만 둥둥 떠 있는 오빠, 언니 물범들도 제법 보였다. 

회색 바다표범 (왼쪽) 항구 바다표범 (오른쪽)


"여기 바다표범은 Spey Bay에 있는 연어를 먹고 우리 동네로 놀러 오는 거야. 여기가 물범들의 놀이터라고."


여기 살고 있는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 검은 개와 산책 중인 할아버지는 너희 왔니?라는 식으로 물범에게 눈인사를 나누고는 나무 보듯 그곳을 지나쳤다. 

나중에 스페이 베이에 있는 돌고래 센터에서 알게 되었던 사실은 전 세계 회색 바다표범 개체수의 절반이 영국 해역에 살고 있단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초대받지 않은 바다 물범의 집(놀이터)으로 입장료도 없이 몰래 침범한 사람이 되었다. 이런.


회색 바다표범과 항구 바다표범의 놀이터(우리 목소리가 들리네요. 죄송하지만 혼자 보기 아까워서 올립니다.)

스페이 베이의 돌고래 센터에 도착했다. 아까부터 뚝뚝 떨어지던 비가 우두둑 떨어지는 바람에 센터를 향해 내달렸다. 여기서 발견된 돌고래의 뼈, 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바다 동물에 대한 정보며 플라스틱이 고래에게 미치는 심각성 또한 빠지지 않고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표범과 고래의 소리도 들어볼 수도 있고 아이들이 앉아서 색칠도 하고 퍼즐도 맞출 수 있도록 가족들이 쉬고 갈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현재는 고깃배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에 반해 11세기부터 이곳에선 어업 공동체가 한창이었다. 한때는 150명의 남자들이 이곳에서 일했다고 한다. Ice House는 1830년도에 지어졌고 바다 얼음을 잘라 일 년 내내 얼음을 보관했단다. 스페이 강에 있는 연어와 다른 물고기들을 잡아서 얼음과 함께 영국 전체로 보내졌다니 연어 하면 스코틀랜드라는 말이 자랑스럽게 나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돌고래 전시장 과 스페이 베이에서 흘러가는 스페이 강(오른쪽)

                                                                                                       

Spey Bay (왼쪽) 돌고래 센터 전시장 (오른쪽)

    

Ice House (왼쪽) 돌고래 센터 (오른쪽)

그날 아쉽게도 돌고래를 보지 못했다. 파도만 사납게 일었고 세찬 바람에 머리카락을 휘 날리며 예쁜 돌멩이 몇 개를 주웠다. 이 돌멩이 위에서 바다표범이 일광욕을 즐겼을까? 맨들맨들한 돌들을 만지작거리다 호주머니 안에 넣었다. 검은 구름이 사방으로 깔려서 약간 어두운데도 검푸른 바다는 예뼜다. 바다표범과 돌고래가 이 바다를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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