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다닐 때 사람들이 그랬다.
'원래 회사 다니는 사람보다 휴직자들이 더 바빠.'
그럴 수밖에 없었다.
휴직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사유가 육아휴직이었으니까.
출근할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아이들을 씻기고 아침밥을 먹이고
어찌어찌 등원까지 마치고 나면 한바탕 전쟁이라도 난 듯 어질러진 집안 청소를 한다.
커피 한잔 하며 한숨 돌리려고 하면 어느덧 아이들의 하원시간이 다가온다.
그 사이 마트에 들러 장도 보고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오면
저녁준비하기 바쁘다.
남편이 시간 맞춰 퇴근하면 다행, 그렇지 않으면 늦은 저녁을 또 차려야 한다.
겨우 아이들을 재우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면 어느덧 시계는 자정을 가리킨다.
내가 그동안 수없이 들었던 육아휴직 경험자들의 공통적인 이야기였다.
차라리 출근을 하고 싶을 정도라는 말도 들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아무렴,
일할 때보다 더 바쁠까?
육아휴직도 아닌
그냥 백수인 내가 이야기해 보자면,
아.. 생각보다 정말 바쁘잖아..?
사실, 취침과 기상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긴 했다.
그러나 이제 혼자서 챙겨 먹어야 하는 식사부터 나의 일이 되기 시작했다.
아침 먹고 정리하면 점심이고, 점심 먹고 정리하면 어느덧 저녁이었다.
엄마들이 돌아서면 밥때라고 하던 말이 이런 뜻이었을까.
집안일은 왜 해도 해도 끝이 안 나는지,
열심히 한다고 해서 티가 나는 게 아니라, 안 하면 바로 티 나는 게 집안일임을 깨달았다.
업무시간에 매여 그동안 하지 못했던 자잘한 볼일들..
은행 가기, 병원 가기 등등
내가 진짜로 해보고 싶었던, 그래서 시작하게 된 공부와 순수한 의도로 읽기 시작한 책들
(여전히 진도는 잘 나가지 않는다.)
그 와중에 어쭙잖은 강박으로 매일 출석하는 헬스장,
이제는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가족들까지.
정말이지 소소하게 바쁘고 소소하게 활기찬 하루하루 덕분에,
소소하게 행복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나의 백수 라이프
아무것도 안 한다는 불안함보단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매일의 작은 성취를 기뻐하며 사는 지금이야말로 나 자신에게 가장 충실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보기엔 한가해 보일지 몰라도,
사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꽤나 분주하게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백수 생활이 어떠냐고?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바쁘긴 하지만, 이 소중한 시간이 주는 작은 행복을 충분히 즐기고 있어요."
언젠가 이 특별한 백수의 시간이 끝난다면,
나는 오늘을 돌아보며 미소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의 '소소한 바쁨'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