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대행 솔직 후기 궁금한 사람 모여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고민해 보았다.
아니, 잘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할 줄 아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하는 게 먼저였다.
나는 공무원을 그만두고 세상이 무너진 듯
막막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나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했는데,
세상은 너무나 멀쩡하게 잘 흘러가고 있었다.
가족도, 친구도
다들 각자의 삶을 살아내기 바빴다.
나도 가만히 손 놓고만 있을 순 없었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구만리인데,
나는 나를 먹여 살려야 할 의무가 있었다.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던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갔다.
회원가입을 하고 기본사항과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에서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나는
그 어떤 자격증도 없었고 특이사항을 내세울 점도 없었다.
9년간 재직했던 공무원이라는 이력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났고 숨겨야만 했다.
편한 공무원을 힘들다며 못 버티고 나온 사람이라는 낙인과,
공무원도 못하면서 사기업은 어떻게 다니려고 그러냐는 핀잔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다.
유튜브와 인터넷을 뒤져가며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중에 나를 홀린 문구.
"무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구매대행 사업"
(결과적으로 무자본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었다.)
중국 구매대행 사업이었다.
실제로 지인이 중국에서 구매대행 사업을 하고 있었고 수입이 꽤 좋았다.
바로 중국으로 날아갔다.
직접 현장에서 보고 배우기 위해서였다.
일주일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돌아가는 시스템을 배우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인은,
당장 결과가 좋지 않을 수 도 있지만
꾸준히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포기만 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적금 넣듯이
차근차근 쇼핑몰을 꾸미고 물건들을 업데이트하기 시작했다.
디지털노마드의 삶을 꿈꿨지만 실상은 디지털노가다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약 3주가 지났을 무렵,
'띠링'
첫 주문이 들어왔다.
운이 좋게도 괜찮은 아이템을 소싱한 모양이었다.
같은 아이템에 하루에 1~2개씩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시키는 것만 할 줄 알던 나였는데
주문 처리와 발주작업을 하고, 각종 CS응대까지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신기했다.
심지어 중국어는 하나도 모르는 내가 번역기를 돌려가며 중국 판매자와 가격협상을 하기 시작했다.
10년 전의 나는 알기나 했을까.
33살의 내가 쇼핑몰을 운영하고 사업을 하고 있을 줄.
그렇게 첫 주문이 들어오고 한 달 동안
매출 300만 원을 찍었다.
300이라는 숫자를 봤을 때,
공무원을 나가면 니가 어디서 300만 원을 벌 수 있겠냐며 모욕감을 줬던 인사담당자가 생각났다.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은 있고 돈 벌 방법도 있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그렇게 2달, 3달이 지나면서
주문이 많이 들어올 때도 있었고,
하나도 주문이 들어오지 않은 날들도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갈아 넣는 시간과 노동력 대비 수익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무자본 창업이라며 사람들을 유혹했던 수많은 유튜브 영상들..
전부 거짓말이다.
어느 정도의 자본은 필요했다.
쇼핑몰 특성상 정산이 늦기 때문에 내가 물건을 구입하고 정산을 받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돈과,
물건들을 선구입할 수 있는 돈, 정산을 받기 전 카드결제 대금을 지불할 수 있는 돈까지.
가장 큰 걸림돌은 광고비였다.
역시 돈이 있어야 광고를 하고, 그게 매출과 직결이 되는데
결국 돈이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버는 구조는 똑같았던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딱 500만 원으로 마지노선을 정하고 시작했다.
수익은 나지 않고 이 돈을 다 쓰게 되면 미련 없이 정리하리라.
참고로, 5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
200만 원으로 어찌어찌 잘 운영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운영방법을 이리저리 바꾸기도 하고 영상들을 찾아보며 공부를 했지만 쉽지 않았다.
현재 내 상황에서 구매대행 사업은 비효율적인 사업이라고 잠정결론을 내렸다.
그렇다고 완전히 그만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아이템을 올리지 않더라도 그동안 올려둔 상품을 주문해 주는 고객들이 여전히 있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번 경험을 통해 작지만 귀여운 하나의 파이프라인을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