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가자, 침몰을 향해
CHAPTER 0 각성 편 : Prologue ①
・출산율 0.7
・국민 연금 2057년 고갈
・가계부채 역대 최고
기후 위기는
80억 인류의 답 없는 조별 과제가 되었고,
AI는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집어삼키고 있다.
그렇다.
한국은,
우리는,
조용히 침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아주 평화롭다.
재앙이 당장 우리를 덮치려 하는데도,
맛집 앞에는 여전히 줄이 길고
배달 오토바이는 요란한 배기음을 끌고 골목을 가로지른다.
지친 직장인, 사랑에 빠진 연인, 학원을 향하는 아이들.
상황은 다르지만 모두가 핸드폰에 시선을 처박고
찰나의 즐거움과
덧없이 무한한 알고리즘에 빠져있을 뿐이다.
이 거대한 파도가 자신만은 피해 가기를 바라며.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알람에 겨우 몸을 일으켜 출근을 했고
퇴근 후에는 이불과 하나가 되어,
지금 당장의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쾌락을 찾아가며 시간을 허비했다.
출산율도, 연금도, 기후 위기도
다 알고 있었지만,
너무도 멀게 느껴졌다.
사실 그건 나의 이야기가 아닌 줄 알았다.
그리고 11월, 겨울.
거리에는 패딩과 반팔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렇게,
죽음이 내게 왔다.
"후손을 위해 자연을 아끼자"
흘러가듯, 감흥 없이 들어왔던 문구가,
어느새 내 발목을 잡고 내게 속삭였다.
"그 후손이 바로 '너'야."
그 순간,
그동안 미루고 외면해 왔던 한국의 모든 과제가,
그 모든 문제가
전부 나의 과제였다는 걸 깨달았다.
동시에 공포가 밀려왔다.
그 이후 관련 자료와 정보를 열심히 찾아봤지만
국가 단위의 거대한 재앙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더 깊은 절망 속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하지만,
어둠이 깊어질수록 별이 더 빛난다는 표현처럼
절망에 빠질수록,
살아남고 싶다는 희망이 더 커져갔다.
살아남고 싶다.
그뿐이다.
억대 연봉, 강남의 로열 아파트 같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정말, 그저 살아남고 싶다.
그래서 포기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무모함을 포기했고,
세상이 바뀌리라는 막연한 희망도 포기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차라리 나를 바꾸자.
이슬비에 옷이 젖듯,
하루하루 조금씩 내가 바뀌고 성장해서
저 거대한 파도에 맞서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나는
'이슬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금은 한없이 작고 평범한 30대지만
2040년, 절망이 가득한 한국에서
끝까지 생존하기 위해
15년짜리 장기 생존 실험을 시작했다.
나는,
생존할 것이다.
가자, 침몰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