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침몰하는 한국에서 살아남기 #12

EP 12 : 제조업・AI・로봇 ① 내부 균열, 한국 편

by 이슬비

CHAPTER 1 : 재앙 편 / Part 2 - 1



지난 시간까지 우리는

대한민국 내부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확인했다.

청년은 줄고, 사회는 늙어가며

국민・기업・정부 가릴 것 없이 빚더미에 앉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위협은 내부에만 있지 않다.

이제는 밖에서도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그 첫 번째 폭풍은 바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던 ‘제조업의 종말’이다.



[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


울산・여수・포항・서산・거제 등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이라고 불리던 도시들이

잇달아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됐다.


최근 국가산업단지의 소식은

온통 ‘비상 경영’, ‘희망퇴직’, ‘공장 가동 중단’뿐이다.


철강・조선・석유화학 같은 한국 경제의 기둥 산업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경기 침체 때문일까?

아니다.

이것은 구조적인 붕괴다.


제조업의 성공 방정식은 단순하다.

‘풍부한 인력’, ’저렴한 인건비’

그리고 ‘기술력’이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

이 세 가지를 모두 잃고 있다.


한국의 인건비는 아시아 최고 수준이고,

저출산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제조업 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이미 43세를 넘어섰다.

그중 20대 비중은 30%→15%로 반토막이 났다.


신규 채용 역시 2024년 대비 18,000명이 감소했다.

기업은 단순히 안 뽑는 게 아니라

채용 공고 자체를 전년 대비 20% 줄였다.


그러나 우리는 청년 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곧 청년층 ‘자체’가 소멸한다.



[ 의대로, 로스쿨로, 그리고 해외로 ]


그렇다면 우리의 ‘기술력’은 안전할까?


오히려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의 최상위권 인재는 세 갈래로 빠져나가고 있다.


의대로, 로스쿨로, 그리고 해외로.


최근 경찰 조직의 가장 큰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경찰대 출신의 ‘로스쿨 진학’이다.


경찰대 한 해 정원이 100명 남짓인데,

매년 수십 명이 제복을 벗고 로스쿨로 빠져나간다.

2025년 보도에 따르면,

한 해에 무려 91명이 로스쿨에 합격했다.


정원 100명인 학교에서

90여 명이 ‘경찰’이 아닌 ‘판사・검사・변호사’의 길을 택하는 셈이다.


국가 치안을 책임질 엘리트를 키우는 경찰대는,

이제 ‘로스쿨 발사대’라는 말까지 듣는다.



[ 강남은 의대를 원한다 ]


의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의・치・한・약・수’라 불리며

대한민국의 유능한 두뇌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도심의 큰 상가 건물을 떠올려 보라.

층마다 하나씩 병원이 자리 잡고 있다.

치과, 내과, 피부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간판만 바뀔 뿐,

건물 전체가 병원과 약국이 들어차 있는 풍경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국가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최상위권 인재들이

모두 내수 시장 안에서

‘환자’를 보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선택이지만,

국가적으로는 명백한 ‘인재의 낭비’다.



[ 인재 유출이 아닌, 인재 ‘증발’ ]


그나마 남아 있는 이공계 인재들은 어떨까?

이들마저 떠나고 있다.

‘유출’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것은 ‘증발’이다.


단순히 유학을 많이 나간다는 뜻이 아니다.

AI・반도체・첨단 분야 등

국가 핵심 인재가 나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

‘완전 유출’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2025년 통계의 결론이다.


2025년 상반기에만

약 6,200명의 이공계 석・박사 졸업생이

해외로 떠났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이는 작년 대비 15%나 급증한 수치다.


특히 미래 산업의 핵심인 AI 분야는 처참한 수준이다.

글로벌 AI 인재 흐름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OECD 38개국 중 한국의 AI 인재 유출/유입 수지는 35위.

거의 꼴찌 수준이다.


선진국들이 막대한 자본금으로

전 세계의 인재를 쓸어 담고 있는데,

한국은 그나마 키워 놓은 인재마저 뺏기고 있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건,

남아 있는 20・30대 연구원들마저

짐을 쌀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이공계 석・박사 10명 중 4명은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 중이며,

특히 20대는 72%, 30대 연구원은 61%

“해외로 나가고 싶다.”라고 답했다.


이미 해외에 나간 박사 인재들도 돌아오지 않는다.

미국에서 잔류하고 있는 한국인 박사 ‘3명 중 2명’이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남는다는 조사도 있다.



[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


결국은 ‘돈’과 ‘대우’의 문제다.


제조업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제조업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동산 정책과 의료 정책에는

국가 전체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정작 미래를 지탱해 줄

기술력・R&D・연구 인력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R&D’와 ‘연구자’를 홀대하는 나라에 남을 인재는 없다.


그리고 우리가 내부에서

우리의 기술력을 스스로 내다 버리는 동안,

국경 밖에서는 거대한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포식자가 빈틈을 노리고

우리의 숨통을 조여 오고 있고,

우리의 혈맹이라 믿었던 미국조차

우리의 공장을 뺏어가려 하고 있다.


‘EP 13 : 제조업・AI・로봇 ② 외부 포식자, 중국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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