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3 : 제조업・AI・로봇 ② 고객에서 포식자가 되어버린 중국
CHAPTER 1 : 재앙 편 / Part 2 - 1
지난 편에서 우리는
한국 내부에서 제조업을 무너뜨리는 요소들을 살펴봤다.
인력은 사라지고, 인건비는 치솟고,
최상위권 인재는 의대・로스쿨로 빠져나가며,
남아 있는 연구 인력마저
짐을 싸서 해외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지금부터 이야기할 ‘진짜 위기’에 비하면
그저 무릎이 까진 ‘찰과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한국 제조업의 숨통을 끊어 놓을 진짜 공포는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오고 있다.
우리가 집 안에서 부동산과 의료 문제로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동안,
우리의 가장 큰 ‘고객’이었던 중국은
어느새 ‘거대한 포식자’가 되었고,
우리의 영원한 ‘혈맹’이었던 미국은 ‘안보’를 명분 삼아
한국 제조업의 심장부를 통째로 가져가고 있다.
대한민국 제조업은
두 거대한 공룡 사이에서 길을 잃고 있다.
내부 위기는
우리가 위기를 느끼고, 서로 양보하고,
미친 듯이 투자하면,
어찌 됐든 ‘노력 영역’에서 해결이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외부 위기는 다르다.
아무리 단합하고, 밤새워 연구 개발을 한다 해도
개별 국가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재앙이다.
그리고 그 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 중국의 역습 : 고객에서 포식자로 ]
우리는 오랫동안 중국을
‘세계의 공장’, ‘짝퉁의 나라’ 정도로 무시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쫓아오고 있다”가 아니라,
“이미 추월했고,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가
2025년의 현실이다.
철강, 조선, 디스플레이, 건설, 석유화학, 배터리, 자동차 등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 중 80%가 중국과 정면으로 겹친다.
과거에는 ‘기술력’이 우리를 지켜줬다.
그러나 지금은 그마저도 무너졌다.
[ 가격과 규모의 폭력, 그리고 기술력 ]
중국 정부는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어
기업이 손해를 보면서도 물건을 계속 생산하게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초저가 물량’은
지금 전 세계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다.
품질은 비슷하고
가격은 한국의 제품보다 저렴한데
생산량은 한국 전체 대비 몇 배나 된다.
심지어 한국 기업조차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산 부품을 쓴다.
한국 제조업체는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는 보는 구조에 갇혀버렸다.
더 무서운 건 ‘기술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2024-2025 국가 전략 기술 수준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다.
136개 ‘국가 핵심 기술’ 분야에서
최고 기술국(미국)을 100%로 놓았을 때,
・ 중국 : 82.6%
・ 한국 : 81.5%
이미 중국에게 추월당했다는 것이
공식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특히 우주・항공・해양,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첨단 로봇, 양자 기술, 사이버 보안, 배터리 등
미래의 핵심 기술 대부분의 영역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질렀거나 우위를 점하고 있다.
[ ① 석유화학 : 서울의 랜드마크가 흔들린다 ]
한국의 석유화학 산업은 조선・철강과 함께
한국 제조업의 ‘3대 축’이었다.
그러나 지금,
중국산 에틸렌 물량 공세에 완전히 짓눌리고 있다.
과거 중국은 우리의 최대 고객이었다.
한국산 중간재를 사서 가공해 팔았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중국은 석유화학 공장을 폭발적으로 늘려
에틸렌 자급률 100%를 달성했고,
나아가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막대한 물량을
해외로 쏟아내고 있다.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끼려면,
대한민국 최고층 빌딩 ‘롯데월드타워’를 보면 된다.
석유화학 침체로 롯데케미컬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긴급 재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롯데월드타워 지분을 담보로 내놓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서울의 상징이자, 123층 국내 최고의 마천루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보증’을 서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 ② 철강 : 가동 중단, 또 가동 중단 ]
중국의 건설 경기 둔화와 과잉 설비로 남는 철강이
전 세계에 헐값에 수출되면서
한국 철강업게는 강도 높은 압박을 받고 있다.
그 결과,
현대제철 '포항 2 공장'이 가동 중단 되었고,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1 선재공장'과 '1 제강공장'을 잇달아 폐쇄했다.
45년 넘게 돌아가던 용광로의 불을 끈 것이다.
[ ③ 디스플레이 : LCD 멸망, OLED 추격 중 ]
LCD는 사실상 멸망 수준이다.
중국의 BOE, TLC 등의 LCD 초저가 공세에,
삼성과 LG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못 이겨 사업을 철수했다.
OLED도
예전에는 한국의 독무대였지만
지금은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 ④ 배터리 : 중국의 추격에 숨이 가쁘다 ]
배터리는 미래 산업의 심장이다.
하지만 이조차 중국이 세계 시장을 접수하고 있다.
현재 세계 시장의 점유율 1위와 2위는
모두 중국 기업이다.
과거에는,
“중국은 싸구려 LFP, 우리는 고성능 NCM”
이런 주장이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LFP의 성능을 고성능 화학 구조로 발전시켰고
그 결과,
테슬라, 밴츠, 심지어 현대차까지
중국산 배터리 채택을 늘리는 중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한국이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있지만
이 역시 숨이 가쁜 상황이다.
[ ⑤ 반도체 : 마지막 희망에 생기는 균열 ]
“최첨단 반도체는 한국이 압도적이니까 괜찮다.”
우리는 이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균열은 이미 생겼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초미세 공정 칩을 만들기 어려워지자,
대신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저가형 휴대폰에 들어가는
‘범용(Legacy)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기술력이 낮다고 무시할 게 아니다.
이 범용 반도체가
전체 시장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물량 싸움은 중국이 가장 잘하는 영역이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한국 기업이 도저히 팔 수 없는 가격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더불어
삼성・SK하이닉스・TSMC 등
첨단 제조 기술을 빼내려는 시도까지 반복적으로 적발되고 있어,
우리는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 대충 만든다는 방심 ]
최근 AI 딥시크 파동을 보라.
사람들은 딥시크(DeepSeek)가
미국 AI 보다 성능이 조금 떨어진다는 점에 안도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진짜 공포는,
중국이 미국의 고성능 반도체 제재를 뚫고
‘독자적인 기술’로 그 정도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다.
차세대 국방의 핵심인 산업용 드론 시장 또한
중국이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했다.
5세대 전투기를 자체 생산하고,
우주 정거장을 지구 밖으로 쏘아 올린다.
아직도 중국이 ‘대충대충’ 만든다고 생각하는가?
우주 항공 분야는 대충 만들어서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극한의 초정밀 공정과 기초 과학력, 그리고 산업 생태계가
완전히 갖춰져야 가능한 영역이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우리의 고객이 아니다.
한국 산업 전체를 집어삼킬 거대한 ‘포식자’다.
[ 왼쪽 뺨은 맞았다, 오른쪽 뺨은 괜찮을까? ]
중국은 지금 전 세계의 제조업 패권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최전선에서
이 거대한 파도를 그대로 맞고 있다.
이 사실을 미국이 모를 리 없다.
동시에 미국은 이 상황을 태평양 건너에서
남의 일처럼 구경만 하고 있을 생각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혈맹 대한민국을 위해
미국이 우리의 손을 잡아주지 않을까?
함께 이 위기를 넘어서면 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그 믿음마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이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동안,
위에서는 미국이 ‘안보’를 명분 삼아
우리가 어렵게 쌓아 올린 산업 기반을
통째로 가져가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라는 ‘대륙’을 견뎌내기도 전에,
미국이라는 ‘하늘’에서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
다음 편,
‘EP 14 : 제조업・AI・로봇 ③ 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