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0 성공은 필요 없다, 나는 99% 확률의 생존을 원한다.
Chapter 2 생존 편 : Prologue
지난 < 재앙 편 >을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함선의
밑바닥을 확인했다.
엔진은 꺼졌고(저출산),
배는 낡았으며(고령화),
연료는 바닥났고(연금 고갈),
짐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부채).
설상가상으로
외부에서는 거대한 파도(제조업 붕괴・AI)가 몰려오고,
하늘에서는 폭풍(기후 위기)이 몰아친다.
그리고,
배를 운전해야 할 선장들(정치)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느라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조차 듣지 못한다.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나는 한동안 분노했다.
그리고 더 깊이 파고들수록
이상황에서
'희망'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책임한지 깨달았다.
내가 여기서 뭘 한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그냥 이대로 쓸려가는 게 운명 아닐까?
이 무력감의 끝에서
나는 하나의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아주 냉혹하고,
차가운 진실을.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는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머리가 맑아졌다.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고 나서야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슬비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 99% 확률의 생존을 찾아서 ]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단연코 '돈'이었다.
미래의 나에게
노동은 보장되지 않았다.
아니,
설령 일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노동의 가치는
처참할 것이 분명했다.
각종 세금과
멈추지 않는 인플레이션이
이미 확정된 미래에서,
노동만으로는
나의 생존이
절대 보장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재테크 관련 도서를 펼쳤다.
하지만
읽은 책이 쌓일수록
남는 감정은
희망이 아니라 괴리감이었다.
이 책들의 공통점은
너무나 명확했다.
지금의 내가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
① 부동산으로 탈출하라
매매 차익을 노리거나,
월세로 살아가는 방식이다.
부동산으로 자산을 만들고
노동에서 벗어나라는 이야기.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우상향 하던 시기라면
충분히 성립했을 전략이다.
하지만
인구 감소가
구조적으로 확정된 지금의 한국에서
이 전략은 더 이상
보편적인 생존 전략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 전략의 본질은
레버리지다.
대출이라는 이름의 빚으로
내 인생 전체를 담보 잡아
지금의 자산을 키우는 방식.
나는 그 리스크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금리가 오르거나,
정책이 바뀌거나,
시장이 몇 년만 정체돼도
삶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였다.
말 그대로
침몰하는 배 위에
무거운 짐(빚)을 더 싣는 꼴이다.
이건
99% 생존 전략이 아니라,
도박이었다.
② 월 배당 300만 원을 만들어라
말은 아주 달콤하다.
월 배당 300만 원.
노동에서의 해방.
경제적 자유.
하지만 문제는
배당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 책들은
지금 당장 은퇴할 수 있을 것처럼 유혹한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하는 방법을
끝까지 따라가 보면 알게 된다.
그건
'지금' 은퇴하는 방법이 아니라,
20년 뒤에 은퇴하는 방법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납득할 수 있었다.
어쨌든
모으면 되는 거니까.
정말 공감할 수 없었던 건
그 다음이었다.
그들의 말은
항상 이렇게 끝났다.
“조금씩 모으면 됩니다.”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책을 쓴 저자들 대부분은
조금씩 모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부동산 폭등,
사업 매각이나
한 번의 큰 기회로
이미
거대한 목돈을 단번에 만든 사람들이었다.
그 뒤에야
그 자금을
안전한 배당 자산으로 옮겼을 뿐이다.
이건 마치
이미 차를 타고
튼튼한 다리를 건넌 사람이,
아직 강 건너편에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헤엄쳐서 천천히 건너오면 됩니다.”
이건 조언이 아니었다.
출발선이 다른 게임이었다.
③ 사업을 해서 성공하라
쿨하게 인정한다.
나는
능력이 없다.
재능도 없다.
아이디어도 없다.
설령 이 모든 게 있다 해도,
정작 뛰어들 용기조차 없다.
그러니 나는
사업을 할 수 있는 그릇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대부분의 조언들이
‘성공’만 전시할 뿐,
실패했을 때 짊어져야 할
‘치명적인 리스크’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계적으로 사업은
'10명 중 9명이 실패하는'
확률이 극단적으로 낮은 게임이다.
그럼에도
사업을 생존 전략처럼 포장하는 순간,
그 선택은 더 이상 용기가 아니라
도박에 가까워진다.
이걸
‘생존 전략’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걸어야 했다.
④ 단타 기술로 벌어라
잠깐, 혹한 적이 있었다.
스캘핑,
눌림목,
PER,
차트분석.
이름만 들어도
뭔가 '비밀의 기술'처럼 들리는
화려한 단타 기법들.
처음에는
정말로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금세 깨달았다.
개인이
단기 투자로
시장을 장기간 이겨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이건
내 개인의 의견이 아니다.
수많은 통계와 보고서가
이미 증명을 끝낸
'사실(Fact)'이다.
무엇보다
그 기술을 가르치는
저자들조차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
정말 그 기술로
돈을 '복사'할 수 있다면
왜 굳이 남에게 알려주겠는가?
그들이
직접 트레이딩 대신
고액의 강의와 책 판매로
수입 구조를 바꾼 이유는 분명했다.
직접 단기 매매를 하는 것보다,
‘대박 나는 법’을 파는 게
훨씬 더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돈이 되기 때문이다.
⑤ 미래 유망 직업으로 전환하라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그럴 능력이 없다.
재능도 없고,
이미 쌓아온 기반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조언들은
항상 결정적인 부분을 비워둔다.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얼마를 벌 수 있는지.
그 어떤 것도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았다.
대신
늘 이런 말로 끝난다.
"이쪽 전망이 좋을 것이다."
"미래에는 이 분야가 뜰 것이다."
하지만
'전망'은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
결국 이 모든 방법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라고 요구하고,
부채를 감수하라고 말하며,
그럼에도
99% 이상의 생존을 보장하지 못한다.
능력 있는 사람,
혹은
운이 좋았던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남은 길을
그대로 따라오라는 이야기들.
하지만 나는
이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99%가 실패하고
1%만 성공하는
‘대박’을 원하는 게 아니다.
나는
99% 이상의 확률로
나의 ‘생존’을 확정할 수 있는 방법.
나는 그것을 원했다.
[ 추락하는 비행기에서의 환각제 ]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혼자 유난 떠는 게 아닐까?
돈이라는 가치에
너무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시선을 돌려
자기계발서를 펼쳤다.
그리고 한동안은
정말로 평화를 얻었다.
“오직 나라는 존재에 집중하세요.”
“현재의 나도 괜찮습니다.”
“나를 사랑하세요.”
“직업과 돈이라는 껍데기가
당신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하세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세요.”
“미라클 모닝.”
인정한다.
읽는 동안은 편안했다.
말 하나하나가 틀린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대부분은 옳았다.
내 삶에 필요한 말들이었고,
실제로
내면도 잠시 단단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책을 덮고
현실을 다시 바라보면,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은
단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괜찮다, 나는 안전하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스스로에게
환각제를 투여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나는 괜찮지 않았다.
준비되지 않은 내 미래는
결코 괜찮지 않았다.
[ 운동이라는 함정 ]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자기 계발서를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에도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했고,
관련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더 빨리 달리는 법’,
‘체지방 줄이는 법’,
‘근육을 키우는 법’.
유튜브와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정보가 넘쳐났다.
“이 루틴이면 몸이 바뀝니다.”
“이 장비를 쓰면 퍼포먼스가 다릅니다.”
처음에는 의욕이 넘쳤다.
몸이 변하는 게 보였고,
기록이 단축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자신감도 함께 올라갔다.
하지만 곧
무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내 운동의 목적은
건강이 아니었다.
기록을 위해,
비교를 위해,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존재하고 있었다.
더 빨리,
더 무겁게,
더 많이.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했다.
결과는 뻔했다.
부상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운동을 할수록
원래라면
안 써도 될 지출까지
함께 늘어났다.
더 좋은 신발,
닭가슴살,
단백질 파우더.
‘생존’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결국
내 관절과 지갑을 동시에 갉아먹고 있었다.
[ 다시, 기준을 세우다 ]
나는 이제 안다.
재테크도,
마음 챙김도,
운동도.
명확한 기준 없이
맹목적으로 좇는다면,
나를 살리는 방법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갉아먹는 사치가 될 수 있다는 걸.
또 하나 분명해진 게 있었다.
시중에 넘쳐나는 책들은
저마다 자신의 분야만 강조하고 있었다.
돈만 있으면
미래에 문제가 없을 것처럼,
마음만 챙기면
삶이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건강만 챙기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하지만 이 세 가지는
절대 따로 존재할 수 없다.
자본・정신・건강은
서로 분리된 선택지가 아니라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생존의 조건이다.
이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2040년 이후,
지옥도가 펼쳐진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세상이 말하는 가치들을
하나씩 내려놓기로 했다.
성공,
포용,
사랑,
멋진 몸.
지금,
침몰하는 배 위에 있는 나에게
이 모든 것들은 사치일 뿐이다.
나는 오로지
‘생존’만을 원한다.
그래서
기존의 상식을 폐기하고,
나만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목표는 하나다.
2040년 이후,
각자도생의 지옥이 펼쳐진 한국에서
30대,
대입 4수 실패자,
특별한 재능 없음,
최종 학력 고졸,
월급 260만 원.
다시 말해
‘철저한 실패자’의 스펙을 가진 내가
99% 확률로
끝까지 살아남는 것.
이를 위해
나는 생존의 기준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① 자본 ( Money )
부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2040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세금 폭격 속에서,
딱 지금의 구매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② 정신 ( Mind )
현실을 회피하는 ‘정신 승리’가 아니다.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고립과 외로움을 다스리며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힘을 기른다.
③ 건강 ( Body )
보여주기 위한 몸과 기록은 필요 없다.
2040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신체,
병원과 약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생존 가능한 몸'을 원한다.
④ 꿈 ( Dream )
: 꿈은 희망이다.
남들이 정해준 성공이 아닌,
내 존재를 스스로 증명할
'나만의 과제'를 수행한다.
말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특별한 비법은 없다.
다만,
오로지 ‘생존’에만 초점을 맞췄다.
생존 앞에서는
그 어떤 타협도 없다.
이건 성장기가 아니다.
이건 성공담도 아니다.
이제부터 기록할 이야기들은
이 네 가지 기준 아래에서,
내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겪게 될
‘진짜 생존 기록’이다.
구조대는 오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나의 구명보트를 띄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