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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May 19. 2023

하늘의 별을 따 주는 것보다 쉽고도 어려운 일

신과 함께 -인과 연-

  가끔 아무 생각 없이 tv 영화 채널을 찾아서 이리저리 리모컨 채널을 돌리다 보면 ‘신과 함께’라는 영화를 재방송해 주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제목을 볼 때마다 나는 어머니 생각이 난다.

‘신과 함께’ 이 영화는 나와 시어머니가 함께 영화관에 가서 본 최초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평소 어머니는 폐소공포증 비슷한 게 있어서 어디 낯설거나 갇힌 듯한 느낌이 드는 공간에는 갑갑증을 느껴서 오래 있지를 못한다. 그리고 빈뇨로 인해 화장실 출입을 자주 해야 해서 번거롭고 귀찮아서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조금은 꺼려하셨다. 나는 영화 상영시간이 길지 않아서 화장실 많이 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좌석 2자리를 예매했다.   

 

  어머니 나이 80이 넘도록 멋들어지게 지은 영화관 구경은 처음이라면서 “먼저 돌아가신 시아버지도 이런 곳에 와 봤으면 좋았을 텐데...” 라면서 영화관 부대시설, 스낵코너 등을 둘러보면서 마냥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영화 관람하는 동안 어머니가 갑갑증을 느끼고 영화관 밖으로 나가려고 하실까 봐, 혹시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시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실까 봐, 자리에서 일어서다 컴컴한 영화관에서 헛발 디뎌서 계단에서 굴러 넘어질까 싶어서 어머니 표정 살펴가면서 영화를 보느라 내용에 집중할 수 없었다. 

영화 후반부 거의 결말 부분에서 어머니가 화장실도 가고 영화 그만 보고 나가고 싶다고 해서 나는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지만 결말도 못 보고 영화관 밖으로 나왔지만 어머니는 매우 만족해하셨다.  

    

  함께 영화도 한 편 보았고 때마침 점심시간도 되었고 해서 평소 어머니가 좋아하는 국수를 먹으러 가성비 좋기로 소문난 국숫집으로 향했다. 시원한 멸치육수의 잔치국수를 맛나게 드시고 어머니는 대만족이라면서 여한이 없을 것 같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몇 백억 하는 우주여행을 보내 달라는 것도 아니고, 하늘의 별을 따다 달라는 것도 아니고, 고급 다이아 반지를 사 달라는 것도 아니고 함께 영화도 보고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는 집으로 바로 안 오고 굳이 경로당을 들르시겠다면서 나 더러 혼자 먼저 집에 가라고 하셨다. 지금 경로당에 가셔서 다른 할머니들께 오늘 며느리와 영화관 구경한 이야기며,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는 자랑을 하고 싶어서 인 것 같았다.    

  

  그냥 하루하루를 사는데 급급해서 생활에만 집중하다 보니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갖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아 어머니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효도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 대접 해 드리고 함께 바깥바람 쐬러 가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인가? 어려운 일이 아닌데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머니와 나는 또 어떤 인과 연으로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인연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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