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백
명품백에 그리 집착하지는 않았다.
형편이 되고 우연히 눈에 띄면 하나씩 사는 정도
몇 개는 부모님 여행길에 부탁해서 선물 받고
그렇게 가지고 있는 가방 몇 개는 있다.
명품가방도 유행을 그리 타는지 몰랐다.
오랜만에 결혼식에 장례식에 들고 나가보면 반짝이는 새로운 가방들이
나의 가방을 쳐다 보지도 않고 도도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내 마음이 그렇게 작동한 건가 보다.
새로운 가방하나 장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즈음
그렇게 올드하게 보였던 샤넬가방이 그리 이뻐 보인다.
이미 가격은 어마하게 올라서 내가 사기에는 무리가 되버렸다.
하늘에 별을 따는 정도.
그래도 구경을 해볼까 하여 백화점에 들렀다.
점심식사 후 커피 한잔하고 느긋이 들렀더니
대기명단에 올릴 수 없단다
무슨 말인가 하여 다시 물었더니
아침 열 시부터 오픈 전 삼십 분 전부터 줄을 서야
당일샤넬매장에 들어가서 가방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앞에 사람이 사버리면 원하는 물건을 구경할 수도 없고 살 수도 없다.
그러면 다시 와서 또 줄을 서고
그렇게 살 때까지 며칠을 줄을 서야 한다니 기가 찰 일이다.
해마다 가격을 올리고
구경하거나 살 수 있는 수를 제한하여 브랜드의 가치를 올리는 것
사람들이 더 갈망하게 하고 반드시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몇 날며칠을 줄을 서게 만든다.
긴가민가하는 마음이 반드시 사야겠다고 결심하게 되고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 영롱함에 손에 넣지 못할까 마음 졸이고 밤잠을 설치게 한다.
밀당은 사람끼리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깟 백에 이렇게 정성을 기울이고 집착을 하게 만드는 힘
심리학의 고수다.
무심한 사람들은 끌어당길 수 없지만
마음에 욕심을 가진 사람들은 이미 그 힘에 끌려서 자신의 통제를 잃어버린다.
결혼식이나 동창회 학부모 모임에 샤넬가방 없이는 눈치 보고 주눅 들게 만드는 사회적 현상
‘샤테크’ ‘클미동창회’
이 정도면 열풍이다.
지금껏 살면서 보았듯이 열풍은 시간이 지나면 식는다.
그때쯤이면 중고 물건으로 쏟아져 나올 그 가방들을 사람들은 거들떠보기나 할까
나는 언젠가 분명히 지나갈 열풍을 타고
잠시나마 구름 위를 날아다니기에는 해야 할 우선순위가 너무나 많다.
그래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내 등을 다독거리며 달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