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전시회
뜨거운 날씨일지라도 놀이터에는 늘 아이들이 있다.
우리 딸들도 그 사이에 자주 어울려 놀며 제법 안면이 있는 친구들도 생겼다.
그중 하나인 지연이라는 아이는 첫째 아이와 동갑내기이다.
놀이터에 엄마 없이 혼자 놀러 나오는 지연이는
놀이기구의 높은 곳까지 용감하게 올라가기도 하고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는 씩씩한 여자아이이다.
"이모. 이모. 저 좀 봐요. 잘 매달리죠?"
아마 엄마한테도 저가 매달리는 모습을 자랑하고 싶었겠지만 엄마가 같이 못 왔으니 아쉬운 대로 이모에게라도 자랑을 해댄다.
놀이터에는 엄마 없이 혼자 놀러 나온 아이부터,
누나나 형을 따라 나온 아이,
핸드폰을 보느라 바쁜 엄마와 나온 아이까지 다양하다.
나는 아이가 셋이고 모두 어리다는 이유로 아이들 뒤를 쫓아다니는 여유 없는 엄마이다.
그런 탓에 놀이터에서 암묵적으로 보모 역할을 맡게 된다.
우리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어떤 아이의 엄마는 멀리서 힐끗 이 쪽을 보고 잠깐 응시하다가 안심하겠다는 듯 다시 핸드폰을 쳐다본다.
그래. 뭐. 아이는 온 동네가 함께 키우는거라고 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했던 말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 공동체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말이었다.
아이가 위험하거나 잘못을 하고 있다면 부모가 아니라도 주의를 줘야 하고 좋은 말들을 심어주며 돌봐야 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
나는 꽤 열심히 놀이터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아마 아무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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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지연이가 그랬다.
"나는 못생겼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 너무 놀라서 지연이에게 말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해. 지연아! 지연이는 정말 정말 예뻐. 눈도 동그랗고, 코도 귀엽고, 웃을 때도 이렇게 예쁘잖아. 지연아 너 정말 예뻐."
지연이는 그 말을 듣고 활짝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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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몇몇 어른들은 어린 내 질문에 귀찮고 차가운 대답을 했다.
눈길을 이 쪽으로 주지도 않고 앉은자리만 응시하며 귀찮게 하지 말고 빨리 저리로 가주기를 바라는 것을 어린 나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을 좀 잊어버리면 머리가 가벼워질 텐데 잊기는커녕 그날의 대화 내용까지 일일이 기억하는 나는 참 피곤한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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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어른이 된 덕에 놀이터에서 남의 아이들도 돌본다.
꼭 그 일이 피곤치만은 않다.
아이들 놀이 속에 들어갈 때는 제법 재밌기까지 하다.
아이들이 주워오는 돌멩이에 이런저런 이름을 붙여주기도 하고 무슨무슨 모양을 닮았다며 짧은 감상평을 하다가 우연히 그것을 주워온 아이의 생각과 맞을 때면 아이는 신이 나서 방방 뛴다.
아이들이 주워온 돌멩이를 의자에 주욱 늘어놓고 작은 전시회도 열었다.
아이들마다 돌멩이를 진열하는 나름의 방식이 있었다.
그것을 알아봐 주면 아이들은 또 맑게 웃었다.
나는 그것이 좋았는지 자기 전에도 돌멩이들과 돌멩이 주인들을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지연이 엄마도, 연수 엄마도 그 돌멩이들을 봤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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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나중에 만약 지연이가 이모처럼 사소한 것을 기억하는 피곤한 어른이 된다면 이모와 나눈 이야기와 예쁜 돌멩이 전시회를 어느 날엔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다 지연이가 놀이터에서 만난 아이에게 돌멩이 전시회를 열자고 한다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