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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샘 Sep 20. 2024

김치만들기

열무김치

   농수산물 시장에 갔다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열무 한단, 얼갈이 한단을 구매하고 말았다. 추석연휴 전이라 할 일도 많은데 어찌하여 못본척 지나와도 될 것을 잠시 후회를 했지만 맛있는 김치를 담글 생각에 마음이 콩닥거린다. 퇴근 후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서산에 있는 시골집으로 향하는 길이다. 염려했던 명절 차량지체는 없었고 서쪽으로 지는 붉은 노을을 보며 깜깜한 집에 도착했다. 철컹 문을 열고 닫혀있던 공기를 바꾸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열었다. 벌써 구월의 중순이지만 한 낮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집안은 후끈거렸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밥솥에 쌀을 씻어 넣고 깜깜한 마당에 나가 고추, 깻잎, 오이한 개, 애호박 한 개를 따서 다시 주방으로 들어왔다. 재료를 깨끗이 씻어 오이는 채썰어 식초, 소금, 설탕, 참깨넣고 냉장고에 잠시 넣어두고 애호박은 송송썰어 냄비에 넣고 간장,고추장, 풋고추썰어 넣고 얼큰하게 전라도 식으로 자작하게 물을부어 애호박찌개를 만들었다. 보글보글 끓어가는 애호박찌개가 빨갛게 끓을 수록 배가 고파진다. 마당 화초에 물을 주고 들어온 남편이 샤워를 하는 동안 풋고추, 쌈장, 오이냉국, 애호박찌개, 취사를 마친 밥 한공기씩 담아 마당으로 나가 막걸리 한 잔에 한 주간의 고달픔을 덜어본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사왔던 열무와 얼갈이가 생각이 났다. 아차, 서둘어 열무를 다듬었다. 밑둥의 하얀부분은 잘라내고 삼등분하여 차곡차곡 스텐대야에 담고 얼갈이도 밑둥을 잘라서 버리고 삼등분하여 함께 섞어 담고 굵은 소금을 솔솔뿌리고 물을 자작하게 넣고 절여두었다. 마당에 나가 부추를 잘라 가지고 와서 깨끗이 씻어 다듬고 냉동실에 넣어둔 빨간고추를 잘게 자르고 마늘 몇 개 넣고 양파 넣고 사과 반쪽 넣고 믹서기에 드르륵 갈다가 찬밥을 조금 넣고 액젖도 조금 넣고 고추가루 다섯스푼을 섞어 양념을 만들었다.


  한 시간후 한번 뒤집어 준 절인 열무를 살살 씻어 채반에 받쳐서 물을 뺐다. 물 빠진 열무를 스텐대야에 담고 믹서기에 준비해 둔 양념을 넣어 살살 버무려준다. 간이 맞는지 한 입 베어무니 아삭한 식감이 그만이다. 준비해 둔 작은 김치통에 열무김치를 차곡차곡 담아 꼭꼭 눌러주고 대야에 묻은 빨간 양념은 물을 조금 넣어 김치통에 부어주면 자작한 국물김치가 된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열무김치는 맛도 좋고 한 여름 더위에 지친 몸의 열을 내려 주기까지 한다. 점심밥상에 올렸더니 평소 배추김치만 좋아하던 남편도 맛있게 먹는다. 나이들었나보다. 잘 먹지 않던 열무김치도 먹으니 말이다. 이렇게 시골에서의 소소한 밥상에 반찬하나를 뚝딱 만들었다. 다음엔 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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