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고향
겁도 없이 준비도 없이 시작되었던 주말 시골살이, 넓은 땅에 봄이면 노란 민들레가 마당 한가득이고
수선화가 뾰족이 올라오는 모습, 튤립이 꽃피고, 영산홍이 빨갛게 피어나던 모습, 작은 꽃 하나하나 심으며 행복함을 느꼈다. 마당가에 졸졸 흐르는 냇물소리 그 물에서 자라는 미나리는 어린 시절 동네 앞 방죽에 자라던 미나리깡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작은 꽃, 풀 한 포기 이른 아침 산책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던 시간, 나의 마음과 영혼을 치유했던 시간이었다. 봄이면 밭을 갈고 이랑을 만들어 감자도 심고, 상추도 심고, 고추도 심고 먹을 만큼 심었지만 일주일 지나고 가면 작물보다 풀이 더 자라 있었다. 호미를 들고 풀을 뽑을 때는 콩밭을 매던 엄마가 생각이 났다.
마당에 나던 풀도 사월을 지나며 한 주간만 방치해도 수도 없이 자라 있던 풀 때문에 남편은 예초기를 들고 나는 갈퀴를 들고 토요일 오전은 풀을 베는데 소비했다. 일이 끝나고 나면 막걸리 한 잔에 미나리초무침 해놓고 마당가에 앉아 바람과 하늘과 산의 모습을 할 일 없이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페인트가 빛바랜 파란 지붕에 올라가 빨간색으로 칠을 하고 벽면을 색칠하고 툇마루에 방부목으로 데크를 만들고 처마에 함석으로 물받이를 만들고 매주 집을 가꾸는 공사를 하며 행복해했다. 가을이면 꽃들은 지지만 밭가에 있는 감나무에 주홍빛 감이 열리고 밤나무에 알밤이 떨어져 한 바구니 채워 형제자매께 나눠주는 재미도 쏠쏠했다.
한 해 한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집도 안정되어 갔고 마당도 예쁜 정원으로 자리 잡았다. 봄이면 잔디가 푸릇푸릇 돋아나고 여름이면 색색의 배롱나무 꽃이 활짝 피어 운치를 더했다. 모든 것이 좋았지만 매일 그 집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말만 집을 관리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다. 예초기 돌리고 마당에 풀 뽑고 왼쪽 손가락이 삐그덕, 삐그덕
우리는 그 집을 팔기로 했다. 마음의 안식처요, 고향 같았던 나의 첫 시골집 얼마나 많은 정성과 공을 들였는지 모른다. 부동산에 얘기한 지 일주일 만에 그 집을 계약하고 싶다고 김포에서 사람이 왔다. 주말 자녀들과 함께 데리고 와서 계약을 했다. 전통가옥을 짓는 분이라 연장 같은 것을 두는 곳이 필요해 세컨드하우스로 쓸 예정이라고 했다.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그곳을 정리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된 평안당에 대한 미련은 많았지만 한 해 한해 시골집 관리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우리는 결정을 했다. 지금도 매주 가보고 싶은 나의 첫 시골지 평안당, 봄, 여름, 가을, 겨울 그곳에서 행복했던 기억과 추억들이 내 마음에 남아있다. 고남저수지의 벚꽃길, 여름의 시원한 바람, 가을이면 붉은 단풍, 겨울이면 꽁꽁 언 저수지의 얼음이 반짝이던 그곳
뒷 산을 누비며 영지버섯, 취나물, 고사리나물, 이름 모를 나무와 꽃들의 대화, 이번 주말 그곳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