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복
글쓰기 수업이 끝났다. 아홉 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운동화를 신었다. 낮에 내린 봄비로 공기가 신선하고 비 온 뒤 느껴지는 땅의 냄새와 공기가 그리웠다. 동네 한 바퀴를 천천히 돌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둥근달이 빛나고 있다. 밝은 달빛은 하늘에 떠 있고 구름과 어우러져 봄밤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길가에 있는 벚나무를 쳐다보니 꽃망울이 봉긋 부풀어 오름이 느껴진다. 가지마다 대롱대롱 꽃 필날을 기다리며 조금씩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느릿느릿 걷다 보니 열 시 근처 마트에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주차장에 차가 몇 대 없는 걸 보니 문 닫을 시간이 가까운가 보다. 늦은 저녁시간이면 세일을 하는 품목이 많아 가끔 들러서 간단히 장을 보기도 했다. 딸기, 버섯, 각종 야채가 진열되어 있다. 그중에서 열무와 단배추가 나란히 진열되어 잇다. 한 단에 칠천 원인데 마감해서 사천구백팔십 원이다. 망설임 없이 비닐봉지를 뜯어 열무 한 단을 담았다. 마치 시집 한 권을 들 듯 소중히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싱크대에 놓고 묶여있던 단을 풀었다. 초록빛 연한 잎사귀에 하얀 뿌리가 적당히 자라 있다. 칼로 뿌리 부분을 살살 긁어 삼등분을 해서 다듬었다. 작은 볼에 한 가득이다. 커피포트에 물을 넣고 끓였다. 끓인 물에 소금을 풀어 다듬어 놓은 열무에 넣고 살짝 절여두었다.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사이면 절여지기 때문에 그 사이 버무릴 재료를 준비하면 된다. 양파 껍질을 두 개까서 껍질을 벗겨 씻어놓고 당근도 한 개 껍질을 벗겨 어슷어슷 썰어 곱게 채를 썰어 준비해 두었다. 믹서에 찬밥 조금, 양파 한 개 마늘 한 줌 새우젓갈 두 스푼, 멸치액젓을 넣고 드르륵드르륵 갈았다.
곱게 간 양념에 고춧가루와 설탕, 참깨를 넣어 잠시 숙성을 해 둔다. 그 사이 욕실에 가서 씻고 나와 잠시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잇으니 작은 아들이 영화를 보고 들어온다. '엄마 뭐 해?' '응, 열무김치 한단 담그려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을 보다 절여놓은 열무를 한 번 뒤집어 주었다. 잠시 후 숨이 죽은 열무를 흐르는 물에 살살 세 번 정도 씻어 채에 받쳐 놓고 양념을 볼에 넣어 버무릴 준비를 했다. 열무 위에 양념을 넣고 양파, 당근 채 썰어 놓은 것도 넣고 일회용 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버무려준다. 엄마는 풋내 난다고 많이 문지르면 안 된다고 하신 말이 떠오른다. 그 말을 기억하며 살살 아기 다루듯 버무린다.
싱싱한 열무가 삼십 분 만에 금세 숨이 죽어 양념과 어우러져 먹음직스러운 김치가 되었다. 초록빛 잎사귀와 양념 그리고 양파의 흰색과 당근의 주황이 어우러져 열무의 색감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한 입 먹어보니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다. 아직 줄기까지 간이 베지는 않았지만 봄의 풋풋함이 느껴진다. 봄밤의 정취와 달 빛이 어우러져 기분이 좋아지는 밤이다. 담근 열무김치는 서산 시골집에 가져가서 맛있게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