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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Jul 29. 2023

텅 빈 미술관에서

생각을 이어 보는

날이 덥다. 매거진을 구독해 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그래서 글을 또 쓰게 된다. 인스타그램 전시 계정도, 소홀해지다가도 누군가 팔로우를 했다는 알람이 오면 또 글을 쓰러 가고 그렇게 살고 있다.


하지만 쓸 말이 없다. 그저 너무 더워 아무도 오지 않는 미술관 데스크에 앉아 하루키의 포트레이트 인 재즈를 좀 읽다가 에세이 별 거 없네, 생각하다가 그가 말하는 재즈 앨범을 들으며 에세이를 읽으면 그의 생각에 좀 공감해 볼 수 있으려나, 하다가 또 여기 언급된 것들을 다 들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려나, 생각하다가 이렇게 내 에세이를 적으려고 왔다.


나의 일상에 관해 쓸 말이 없다는 것은 내가 나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을 뜻한다. 자기 계발로 퉁쳐서 말해지는 유튜브 영상들을 보다 보면 나의 삶을, 나의 행동을 분석하게 되고 이유를 찾게 되고 나를 알게 된다. 아마 지금 내가 쓸 말이 없음은 내가 충분히 신경 쓰며 하루를 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하겠지. 이럴 때 항상 결론은 일기를 쓰라던데.


일주일 중 3-4일을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데에 쓰고 나면 이 보잘것없는 보상 심리가 나를 침대에 묶어버린다. 그러다가 꾸물꾸물 운동 좀 가고 나면 일주일이 뚝딱이다. 이럴 때에는 또 내가 일 하고 있는 것 그 자체에서 성취감을 느끼라고 하던데, 이렇게 방법을 알면서 하지 않는 것은 또 어떻게 해야 하지?


내 안의 나를 안다는 것-안다고 까지는 못해도 인식하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눈, 사람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는 것이라고 누가 그랬다. 나는 이렇던데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이래서일까,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이 각박하고 위험천만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리라 말하고 싶다. 그러나 결국 나도 감정이 앞서면 코뿔소나 다름없는 사람이 되지만 말이다.


열정을 가지고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실천에 망설임이 없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본받고 싶다. 오늘의 일기는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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